한국에서 테크노 CEO로 활약하고 있는 인물은 줄잡아 2백5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기술경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키우는데 온힘을 쏟고있다. 이들 가운데 최고의 테크노 CEO를 뽑기는 쉽지않다. 기업별 특성을 무시하고 평가 잣대를일률적으로 들이댈 수가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성재갑 LG석유화학 회장을 간판 CEO로 꼽는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이들은 한국 산업계를 대표하는 경영인으로 조금도 손색이 없다. 윤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테크노 CEO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으로 부터 "2001년아시아 경영인"으로,포브스로 부터는 "한국의 기수"로 평가받았다. 성 회장 역시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첫 인연을 맺은 LG화학에서 14년째 테크노 CEO로 활약하고 있다. LG석유화학 CEO로 출발,LG화학을 거쳐 LGCI의 부회장과 석유화학 회장을 함께 맡고있다. 대기업 전문경영인으로는 최장수 CEO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 "기술발전이 가속화되면 전자,반도체,통신은 물론 생명공학,휴먼공학,우주항공공학 등 기존 산업영역보다 더 넓은 분야에서 테크노CEO의 역할이 증가할 것입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58)은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는 기술의 흐름을 정확히 알고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업경영에서 기술을 잘 알고있는 테크노 CEO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창사이래 R&D(연구개발)를 비롯 제조역량,품질,디자인 등을 계속 강조해 온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CEO는 이를 알고 이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략으로 연결시켜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첨단산업발전을 주도해 나갈 테크노 CEO는 디지털 기기의 융합 복합화 등 관련기술 변화의 추이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인텔,델컴퓨터 등 기술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많은 해외기업이 테크노 CEO를 중시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엔지니어들이 테크노 CEO로 커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윤 부회장은 이를 위해 대학,기업,정부 등 모든 분야에서 시스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크노 CEO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없지만 "대학(大學)"에 나오는 "격물치지(格物致知)"라는 문구를 신조로 삼고있다."고 털어놓았다. 격물치지란 실제로 만져보고 느껴보고 경험해 보고 토론해서 어떤 것을 비로소 알게되는 상태를 뜻한다. 탁상공론이나 단순이론 연구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윤 부회장은 "기업 경영은 혁신의 연속"이라며 "격물치지의 자세로 노력하면 지식과 더불어 지혜로움을 쌓을 수 있어 끊임없이 변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어느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폭넓은 교양과 경영전반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하며 외국어 한가지는 반드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기업에 몸담고 있는 엔지니어 출신 후배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또한 "항상 현장중시 관리를 하고 자기 전문분야의 변화를 예측하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부회장은 삼성전자 기획조정실장 TV사업부장 VCR사업부장을 거쳐 가전부문 사장에 올랐다. 90년대 중반 삼성전기와 삼성전관 대표이사를 지낸 기간을 제외하고는 삼성전자에서 줄곧 경력을 쌓았다. 그의 대표적 성과로는 사업부장으로 VCR 사업의 기반을 닦은 것과 디지털컨버전스의 틀을 세운 것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그가 맡았던 VCR는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 사내 간판사업이었다. VCR은 지금도 삼성이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품목이다. 그는 휴대폰 컴퓨터 TV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융합하는 "디지털 컨버전스"사업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이는 컴퓨터 및 가전업체가 펼쳐야 할 미래 얼굴 사업으로 꼽힌다. 외환위기때 "가전 디지털미디어 통신처럼 수익성 낮은 분야는 떼내고 돈벌이가 되는 반도체에 집중하라"는 외국 애널리스트들의 주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10년 뒤를 내다보고 사업을 해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러 분야를 균형있게 발전시켜 디지털 컨버전스의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맞섰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속에서도 좋은실적을 내고있다. 그의 판단이 적중했기때문이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