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테크노 CEO로 활약하고 있는 인물은 줄잡아 2백5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기술경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키우는데 온힘을 쏟고있다. 이들 가운데 최고의 테크노 CEO를 뽑기는 쉽지않다. 기업별 특성을 무시하고 평가 잣대를일률적으로 들이댈 수가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성재갑 LG석유화학 회장을 간판 CEO로 꼽는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이들은 한국 산업계를 대표하는 경영인으로 조금도 손색이 없다. 윤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테크노 CEO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으로 부터 "2001년아시아 경영인"으로,포브스로 부터는 "한국의 기수"로 평가받았다. 성 회장 역시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첫 인연을 맺은 LG화학에서 14년째 테크노 CEO로 활약하고 있다. LG석유화학 CEO로 출발,LG화학을 거쳐 LGCI의 부회장과 석유화학 회장을 함께 맡고있다. 대기업 전문경영인으로는 최장수 CEO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 성재갑 LG석유화학 회장은 지난 1963년 LG화학의 전신인 락희화학공업사에 입사한 이후 40년 가까이 화학업계에 몸담아왔다. 한국 화학산업의 산증인인 셈이다. 그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산업현장에 뛰어들어 화학업계의간판 테크노 CEO로 성장하기까지 숱한 성공 스토리를 엮어냈다. 물론 남다른 노력과 땀이 일궈낸 결과다. "플라스틱가공 사업부장이던 지난 80년의 일입니다.미국 회사로부터 바닥재 제조기술을 도입하려던 계획이 미국측의거절로 난항을 겪고 있었어요.오기가 생기더군요. 자체개발에 나서기로 결정했습니다.엔지니어들이 밤낮을 잊고 기술개발에 매달렸죠" 그는 2년동안 실패와 도전을 거듭한 끝에 "럭스트롱"이란 바닥재를 내놓았다. 럭스트롱이 시장에서 대히트를 치면서적자 부서를 흑자로 돌려놓았다. 회사에도 엄청난 이익을 안겨줬다. 그 때 동고동락한 파트너가 현 LG화학 대표로 테크노 CEO인 노기호 사장이다. 노 사장은 당시 개발과장을 맡고있었다. 성 회장의 현장감각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공계 출신에다 입사후 16년동안을 꼬박 생산현장에서 보낸데 힘입은 것이다. 임원이 된 후에도 공장에서 돌아가는 일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꿰뚫어 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는 럭키 부사장에서 지난 89년에 신설법인인 럭키석유화학(현 LG석유화학)의 CEO로 임명되면서 다시 한번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다.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전남 여수에 45만t 규모의 나프타분해공장(NCC)을 최단시간 내에완공하는 것이었다. 공장 부지를 조성하기 위해 개펄 매립작업에 나섰다. 그는 장화를 신고 개펄에 앞장서 뛰어들었다. 현장에 캠프를 마련하고 인부들과 숙식도 함께 했다. 결국 당초 잡았던 기간의 절반인 1년 6개월만에 공장을 완공하는 데 성공했다. 이뿐만 아니다. 용량을 확장할 수 있는 이론상 최대 공장용량 66만t을 75만t으로 까지 늘렸다. 기술을 제공한 미국 회사측로 부터 "기적 같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그는 지난해 LG그룹내 화학.에너지 계열사를 관리하는 지주사로 출범한 LGCI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함께 맡아 미래사업 구상에 여념이 없다. 전통적인 석유화학분야에서 탈피,생명과학 정보전자소재 등 새로운 미래 사업구도를 짜는데 온힘을 쏟고있다. "경영환경이 무한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최신 기술을 개발한 기업들이 이를 외부에 팔지않으려는 이른바 기술패권주의가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는 "과학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없이는 기업은 물론 국가도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은 국가경제를 지탱하고 이끄는 기본이 되는만큼 현장에서 땀 흘리는 엔지니어에 대한 우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안된다고 지적한다. 엔지니어들도 긍지를 갖고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열정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화학업계도 세계시장으로 눈길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성 회장은 "기술력과 회사규모,자금력 등에서 LG화학이 세계 정상 수준으로 키워내겠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