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가 입법예고한 '전자금융거래법안'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우선 거래당사자들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서류를 주고 받지 않기 때문에 기존 금융관행에선 별로 문제되지 않았던 점들이 의외로 심각한 혼란과 마찰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전자금융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같은 우려가 커지고 있고 자칫 미래의 성장잠재력 또한 잠식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최근 전자금융의 급성장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다. 올 6월말 현재 은행업무의 11.7%가 인터넷 뱅킹이며,지난해 온라인 주식거래 규모는 전체 주식매매금액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나다. 인터넷을 통한 입출금 대출 주식매매 보험가입 등 이외에도 최근에는 휴대폰을 이용한 소액결제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얼마전에는 실시간으로 달러를 사고 파는 '사이버 외환시장'까지 등장했다. 그 결과 전자금융시장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치열한 경쟁과 이해다툼으로 인해 여러가지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형편이다. 휴대폰 지불·결제방식에 대한 이동통신업체와 신용카드사 간의 다툼이나,통신회사의 금융서비스 확대에 대한 은행권의 견제가 그런 예다. 법안내용을 보면 전자금융거래의 성립절차,권리·의무,사고발생시 책임소재,이용자 보호,감독근거 등을 포괄하고 있다. 특히 거래기록 5년간 보존, 약관변경시 금감위 사전보고 의무화, 거래수수료변경 게시, 고객정보 무단전용 금지 등은 전자금융거래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대목이다. 이용자의 고의·과실이 없는데도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 과실유무에 관계없이 금융기관이 책임을 지도록 한 규정이나, 전자화폐의 환금성 양도성 발행자격에 대한 기준을 강화한 대목 등 일부 조항에 대해선 찬반의견이 분분하지만 고객보호 및 통화신용정책에 미치는 영향 등 현실여건을 고려할때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정부가 섣불리 기준표준을 지정하거나 이해당사자중 어느 한쪽을 편들고 나설 경우, 기술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고 시장변화도 심한 특성으로 인해 이 분야의 발전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볼때 통신회사를 비롯한 비금융기관의 전자금융업 진출허용 범위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선 정책당국이 임의로 결정하기 앞서 입법과정에서 여론을 좀더 광범위하게 수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