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측의 양빈(楊斌) 구금, 그 것은 외국인인 그를 북한이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으로 발탁한 것 만큼이나 놀랍다. 신의주 특구를 통한 북한의 개방정책에 차질은 없을 것인지,북·중 관계는 어떻게 될지, 궁금증이 더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나진·선봉의 실패를 딛고 다시 신의주 특구를 시도하게 된 것은,개혁 개방 없는 사회주의 자급자족 체제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인식에서일 것이다. 북한이 신의주 특구의 독자적인 법률제도를 향후 50년 간 개정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외교업무를 제외하고는 특구사업에 일절 관여치 않겠다고 분명히 한 것은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 또 특구에 입법회의를 두고 행정집행기관의 수장인 장관이 검찰과 재판관 임명 해임권까지 갖도록 하고,이 자리에 중국인이면서 네덜란드 국적을 갖고 있는 양빈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을 임명한 것 또한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신의주 특구 운영이 성공하려면,특구 내 행정요원들이 시장경제 운영방식에 익숙해야 하고,행정제도 금융제도 기업구조 등이 국제시장경제규범에 맞게 운영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특구 운영에 관한 법규가 시장원리에 부합되게 정비된다고 해도 운영 주체가 자본주의 시장운영방식을 숙지하고 따르지 못하면 법규나 제도는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특구 행정요원들의 청렴하고 신속한 행정,계약 자유,소유권 보장,통신과 수송 등의 사회간접자본 확충,그리고 환전,송금 안전성 보장 등의 조치가 적기에 이루어지는 것도 특구 성패를 가름하게 될 초기 요건이다. 북한은 신의주 특구를 국제적 금융 무역 상업 공업 첨단과학 오락 관광지구로 꾸리도록 하고,특구에 창설된 기업이 북한의 노동력을 채용하도록 기본법에서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특구나 공업이 첨단기술 산업으로 출발하기에는 현재의 북한 노동력과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북한은 해외에서 선진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고급기술자가 많지 않다. 그리고 대다수의 노동자는 사회주의 지도경제 체제에서 일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명령에 따른 순종'관계를 넘어선 창의성이나 생산성면에서 낙후되어 있다. 그런 노동력과 행정요원을 가지고 이웃 중국과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직도 소득이 낮은 북한 실정에 비추어 신의주 특구에서 생산하게 될 모든 상품의 주요 수요처는 중국을 비롯한 이웃 국가들이다. 일본과 한국은 임금수준이 높기 때문에 북한상품이 어느 정도 가격경쟁력을 지닐 수 있겠지만,그러나 막대한 잉여노동력과 상당한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경쟁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빈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은,외국인들의 신의주 무비자 입국과 관련해서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야 하고,이 밖에도 여러 면에서 중국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다. 그런데 중국 당국은 10월 4일 중국에서 북한 신의주로 돌아갈 예정이던 양빈 행정장관을 중국 내에서의 탈세,주식 투기,부동산 불법개발 혐의로 전격 연행해서 안전가옥에 연금,조사 중이라는 소식이다. 그가 법인 대표로 있는 선양의 어우야그룹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사는 앞으로 양빈 장관의 입지를 약화시키고,북한의 신의주 특구 운영 계획에도 상당한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에 개방을 권고해온 중국이 신의주 특구가 출범할 즈음에 외교적인 마찰을 무릅쓰고 그를 연행한 것은 충격적이다. 이는 북한의 개혁 개방 시도에 대해 중국 정부가 방임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경고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신의주 특구가 앞으로 중국 동북3성을 포함한 황해권 중국 영역과 경제적 경쟁관계가 될 가능성,그리고 북·러시아 간 밀월관계에 따른 대북영향력 감소 등을 우려,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북한의 경제개혁은 북한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국제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북한은 경제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미국과,필요한 자본을 받을 수 있는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또 남한 및 중국과도 공존공영 차원의 협력관계를 서둘러야 한다. packy02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