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ATV엔 과학전문채널이 없다. 지상파 방송에서도 과학문화를 홍보하기 위한 고정 프로그램을 찾기가 어렵다. 과학프로그램의 편성비중은 고작 3%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동.식물, 자연다큐멘터리 등이 대부분이다. 국공립 과학관은 물론 기업체 등에서 운영하는 사립과학관도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과학전문채널 운영, 체험형 과학관 설립, 과학문화전문 인력양성 등으로 과학문화가 대중화되고 있는 선진국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80년 이후 '과학대중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을 막기 위해선 과학을 대중화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과학대중화는 불가피하다. 과학문화재단 허두영 전문위원은 "과학대중화를 위해선 전문인력양성과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조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 대중화의 실태와 개선책을 알아본다. ----------------------------------------------------------------- [ 실태 ] ◆ 과학 TV프로그램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지난 2000년 봄 개편때부터 1년간 국내 방송사의 과학 프로그램 제작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상파 방송의 경우 전체 편성시간 대비 3.6%에 그쳤다. 방송도 주시청 시간대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과학분야를 다룬 프로그램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장르별로는 뉴스와 토크쇼가 전무한 형편이다. 과학 프로그램이 이처럼 적은 것은 프로그램 자체의 가치보다는 시청률에 우선을 두는 방송국 풍토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제작 인력 부족도 또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선 과학전문 PD가 거의 없으며 지상파 중에서 과학 프로그램 제작 전문부서를 둔 곳도 교육방송(EBS) 뿐이다. ◆ 과학관 =국립과학관의 경우 대전 국립중앙과학관과 서울과학관을 제외한 나머지 과학관은 규모가 보잘 것 없다. 대형 과학관들의 경우에도 외형에 비해 내용물은 수준이 떨어진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과학관에서 전시물이나 전시 프로그램을 창안해 개발한 작품도 거의 없다. 전시 예산은 주로 전시물 구입.관리에 사용되고 있으며 전시물 계획.개발에는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립 과학관의 경우 LG사이언스홀(서울)과 LG청소년과학관(부산) 등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곳이 별로 없다. ◆ 전문인력 양성기관 =과학문화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은 국내에 한 곳도 없다. 서울대 부산대 고려대 중앙대 전북대에 과학문화 관련 학과가 설립돼 있기는 하지만 전문가를 양성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 대책 ] ◆ 민간 과학문화전문가 발굴해야 =지난 67년에 설립된 과학문화재단은 각종 과학문화사업을 통해 과학대중화에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기관의 노력만으로 과학대중화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데는 한계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간부문 활성화를 위해선 기존 민간 과학문화전문가의 활동기반을 넓히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신문.방송에서 과학 칼럼.프로그램을 늘리고 과학관련 이벤트전문가, 저술가, 출판사에 대해 예산이 지원돼야 한다. 과학문화 분야의 과학자, 언론인 등 전문가들을 교육을 맡을 과학문화아카데미도 설립할 필요가 있다. ◆ 과학자의 대중활동 제도화해야 =과학대중화에 가장 중요한 사람은 과학자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과학자는 드물다. 그나마 시간을 쪼개 활동하는 몇몇 과학자들도 본연의 연구를 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제약과 동료 과학자들의 비아냥 때문에 몸을 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과학자들의 과학문화활동을 제도화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포항공대 임경순교수는 "이공계 교수들의 실적평가에 과학논문색인(SCI) 논문게재건수 외에도 신문칼럼기고 등 과학대중화 활동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대 최재천 교수도 "국가에서 과학 대중화를 전담하는 과학문화 교수를 선발, 활용하고 과학문화 석좌교수제도를 신설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장수 과학 TV프로그램을 만들자 =영국 BBC의 대표적인 과학프로그램인 'Horizon'과 'Tomorrow's World'는 각각 1964년,1965년에 첫 방송을 시작,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1년을 넘기는 과학프로그램을 찾기가 힘들다. 그나마 3년여를 끌어온 SBS의 '호기심천국'도 요즘엔 오락프로그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관계자들은 국내 공중파 방송에서 최소 10년 이상 방영될 수 있는 과학프로그램을 2개 이상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시청률에 관계없이 하루 24시간 과학관련 지식.정보를 내보내는 과학전문방송 설립도 시급하다고 덧붙인다. ◆ 체험형 과학관을 늘리자 =국내 과학관(과학시설포함)은 모두 49곳으로 인구 1백만명당 한 곳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미국 일본의 경우 과학관 1곳당 인구는 각각 13만명, 15만명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국내 과학관들은 단순 전시물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LG사이언스홀 한덕문 부장은 "관람자들이 전시물을 직접 조작·운영할 수 있는 체험형 과학관을 확대, 과학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산업기술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