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정경제위와 정무위는 4일 산업은행과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 '대북 4억달러 비밀지원'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산은이 지난 2000년 4월초 현대상선에 3천만달러(약 3백30억원)를 역외금융 형태로 지원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재경위에 출석한 정건용 산은총재는 의원들의 잇따른 계좌추적 요구에 "국회 상임위가 의결해 금감원을 통해 요청하면 (산은에 돌아온 자기앞수표를) 제출할 용의가 있다"고 답변했다. ◆ 재경위 =자민련 이완구 의원은 "현대상선이 지난 2000년 4월4일 산업은행 도쿄지점에서 5백만달러, 상하이지점에서 1천5백만달러, 싱가포르 지점에서 1천만달러를 일시에 인출한 것이 확인됐다"면서 "만기가 1년인 이 자금이 지금까지 상환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물었다. 이 의원은 또 "삼일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2000년 해외 단기차입금액이 1천9백32억원인데 현대상선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0년 결산보고서' 상에는 1천6백65억원으로 기재돼 있다"며 대출규모 은폐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도 "국내에서 5억5천만달러라는 거금을 북한에 바로 줄 수 없으니까 제3국에서 '환치기'로 빠져 나간 명백한 증거"라고 거들었다. 홍 의원은 "지난 2000년3,4월은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남북정상회담 문제로 송호경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만나던 시기"라면서 "대북송금의 착수금조로 3천만달러를 준 것 아니냐"고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산은의 김왕경 국제담당본부장은 답변에서 "역외자금 형태의 경상운항경비로 사용됐기 때문에 자료에서 누락됐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홍 의원은 또 "지난 2000년 6월8일 현대상선의 1천억원짜리 수표 한장이 현대건설의 CP 매입대가로 교보증권에 들어갔다가 외환은행 여의도 지점을 거쳐 그 이튿날 결제를 위해 본점으로 되돌아왔다"면서 "극심한 유동성위기를 겪던 현대상선의 수표가 어떻게 교보증권에 들어갈 수 있나"라며 '자금세탁' 의혹을 제기했다. ◆ 정무위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이날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감에서 "지난 2000년 4월8일 베이징에서 박지원 현 청와대 비서실장이 현대 관계자들과 함께 송호경 북한 아태평화 부위원장을 만나 돈을 주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실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정 의원은 남북관계를 이용한 의혹 부풀리기식 공세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정 의원은 또 "2000년 3월9일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이 싱가포르에서 김보현 국정원 3차장 등과 함께 송호경을 1차로 접촉, 돈을 주기로 했고 이어 2차로 3월17일 상하이에서 다시 만난 뒤 베이징에서 최종 합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정부 대 정부가 정상회담을 위해 비밀접촉했는데 현대상선 간부들이 갔다면 의혹을 살만한 일"이라며 당시 대북송금 밀약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실장은 "2000년 가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국정감사에서 증언한 대로 베이징 회담시 현대 관계자들은 배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병일.김동욱.윤기동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