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4일 나란히 세쪽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제목까지 꼭 같았다. 차이점이라면 한은에서 낸 것은 '한은과 금감원, 금융기관 공동검사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이라고 돼 있었고, 금감원이 발표한 것은 '금감원과 한은,…'이라며 서로가 자기 기관을 앞세운 것 뿐이었다.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은행검사 업무를 놓고 두 기관이 2개월이상 협의를 벌인 끝에 공동보조를 맞추겠다는 협정을 맺었고, 앞으로 그 약속을 원만하게 잘 지키겠다는 게 보도자료의 내용이었다. 이들 두 기관의 보도자료를 나란히 비교해 보는 동안 기자의 눈길을 잡는 대목이 나왔다. "금번 양해각서는 지난 6월25일 금융감독원이 현행법에서 인정한 한은의 하나은행에 대한 공동검사 요구를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을 계기로…." 한은측 자료의 제일 앞 부분이다. 이 자료를 전해 받아봤다는 금감원의 한 중견 간부는 혀를 끌끌찼다. 그는 "신사협정 잘 맺어놓고 무슨 표현이 이렇게 자극적인가"라며 '일방적으로 거부…'라는 대목을 못마땅해 했다. 하지만 점잖치 않기는 금감원이 낸 보도자료도 다를게 없었다. 금감원은 친절하게도 양해각서의 핵심 내용중 하나라며 "공동검사 운영은 금융감독원이 통할한다"고 소개했다. 한은 발표 자료에는 이런 표현이 없었다. '금융기관 업무부담 경감을 위해 한은과 금감원이 필요로 하는 검사자료를 금감원이 창구가 되어 일괄 징구한다'(한은자료)는 부분을 금감원 쪽에서 그렇게 쓴 것 같았다. 공동검사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도 두 기관은 서로 '네 탓'을 하며 한동안 양보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여론이 양쪽 모두에 나빠지자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여론에 떼밀려 못내 협조키로는 했지만 출발부터 기(氣)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두 기관은 각각 우리나라의 중앙은행과 통합 금융감독기관이다. 어느 쪽이 중요하고 어느 쪽은 덜 하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중있는 시장관리 기구다. 국민으로부터 수임받은 기능을 놓고 '끗발 싸움'을 벌이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중복검사를 막고 일선 금융회사들의 검사 부담을 줄여줄 것인가를 함께 상의하고 고민하는 일이 시급할 터다. 허원순 경제부 정책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