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무성한 대북지원설 엄낙용 전 산은총재의 국회 정무위 증언이 거의 유일한 단서다. 엄 전 총재는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 '2000년 6월 산은에서 빌린 4천9백억원은 우리가 사용한 돈이 아니어서 정부에서 대신 갚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증언했다. 한나라당은 이 돈이 수차례 세탁을 거쳐 현대상선→국정원 유령계좌→국내 외국계은행→해외 역외펀드→북측 해외계좌로 이동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물증이 없다. 현대상선이 2000년 6월7일 산업은행 본점 영업부와 구로지점,여의도지점 등 3개 영업점에서 1천억∼2천억원씩 총 4천억원을 자기앞수표로 인출한 사실만 확인된 정도다. ◆계열사 지원설 부각 현대상선측은 대북지원 의혹에 대해선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민주당은 '현대건설 살리기' 등 현대 내부자거래에 사용됐을 수 있다며 계열사편법 지원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낙연 대변인은 △당좌대월 4천억원 가운데 3천억원이 그해 6월29일 일시상환됐다가 30일 다시 인출됐고 △나머지 1천억원은 4천억원 대출당일인 6월7일 현대건설 기업어음(CP)매입에 사용됐다는 정건용 산은총재의 해명을 근거로 "이는 4천억원이 그해 6월 내내 서울에 있었다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2000년 6월께 5천여억원 어치의 계열사 주식과 CP를 사들였다. 2000년 반기(1∼6월)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5월26일 1천9백33억원의 현대중공업 주식을 사들였고,현대아산에도 5백60억원을 출자했다. 또 6월7일부터 8월말 사이에는 12회에 걸쳐 현대건설 CP 3천억원어치를 매입했다. ◆풀리지 않은 의혹 현대상선 '2000년 반기보고서'엔 산은 차입금 4천9백억원중 당좌대월 1천억원과 일반대출 9백억원만 기재됐고 나머지 3천억원은 누락됐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과 산은은 "회계 실수"라고 해명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밖에 현대상선이 2000년 사업보고서 상에서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 1조9천5백20억원의 기재를 누락한 경위와 산은 당좌대월 4천9백억원 인출시 수십장의 자기앞수표를 사용한 이유,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4천9백억원 대출은폐 여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