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종기 LG화학 기술연구원장은 2가지 직책을 더 갖고있다. LG화학 사장과 CTO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박사급 2백50명을 포함 연구원 1천명을 확보하고 있는 간판 기업연구소인 LG화학 기술연구원의 원장을 7년째 맡고있다. 지난 2000년에는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LG화학의 기술경영을 책임지는 CTO까지 맡고있다.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과 동시에 KIST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6년간 연구원 생활을 마친 뒤 화학·재료·기계 등 공학분야에서 손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리하이대로 유학을 떠났다. 럭키중앙연구소에 책임연구원으로 들어간 그는 80년대초 전기전자 및 자동차 부품 소재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그는 연구원 생활 15년 만인 지난 96년 기술연구원장(부사장)에 올랐다. 엔지니어로 연구분야 한우물을 파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한 것이다. "좋은 연구결과를 많이 내려면 고급두뇌가 있어야 합니다.연구원들의 사기를 올리려면 훌륭한 결과에 대해 파격적으로 보상해 줘야 합니다." 그는 "백만장자 연구원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강조한다. 뛰어난 성과를 낸 연구원에게 수억원대의 인센티브를 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인재유치에 힘쏟고 있다. 매년 2∼3번씩 미국과 유럽으로 가 직접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LG화학 미국 메릴랜드 위성연구소의 최규용 교수,신소재연구소의 손세환 박사 등이 그가 찾아낸 인재들이다. 그는 국내 인재육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LG화학은 20년째 학위연수제도를 실시,매년 6명을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해외에 보내고 있다. 그는 연구원들과의 스킨십을 특히 강조한다. 전체 연구원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현장 순회간담회(MBWA·Management By Wandering Around)'도 펼치고 있다. 프로젝트팀별로 이뤄지는 이 행사는 지난해 8월 시작됐으며 이미 24차례나 열렸다. "이공계 기피현상을 우려하고 있지만 연구원 출신 CEO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는 "엔지니어나 연구원들이 스스로 성과를 냄으로써 기술의 중요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