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일본경제가 우울한 상황에 빠진 지 10년이 넘었다. 지난 1년간은 약간 희망이 보이는 듯도 했다. 최근에는 '경제회생책'을 놓고 진지한 토론도 벌어지고 있다. 일본경제는 이제 '디플레 안녕'(Sayonara deflation)이냐,'일본 안녕'(Sayonara Japan)이냐를 선택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최대 희소식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누구보다 일본경제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최근 부분개각도 '디플레와의 싸움'을 벌이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종합적 디플레 대책이 이달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가 '디플레와의 전쟁'에서 승자가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개각으로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상이 금융상까지 겸임하게 된 것은 희망적인 대목이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가장 신임하는 인물로,어느 관료들보다 훌륭한 이코노미스트이며 경제이론가다. "일본 금융청이 디플레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기득권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비정치인이란 점도 그가 디플레 대책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힘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디플레 추방'이라는 최대과제를 해결할 파트너에 더욱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일본은 어디를 봐도 '디플레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물가는 떨어지고 서비스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10년 이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995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90년 이후 줄어든 자산총액은 2차대전때 입은 손실액보다 더 크다. 디플레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경기회복 장애물이 된 것이다. 물론 만연된 디플레를 단칼에 치유할 묘안은 없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우선 통화정책을 좀더 팽창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시장에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중앙은행이 지난달 '시중은행으로부터 직접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발표한 것은 분명 극단적 금융정책이다. 일본은행이 채권을 사느냐,주식을 사느냐,전환사채를 사느냐 하는 것보다는 일본은행이 드디어 통화공급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합리적 인플레 목표치를 설정하고,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디플레 퇴치법'이다. 돈과 함께 경기부양책도 병행 추진해야 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내년까지 1조5천억∼2조엔 규모의 감세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약속'만 있었을 뿐 '실천'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은 일본의 세제정책을 혼란스러운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투자결정을 연기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오는 18일 개막되는 정기국회에서 구체적인 감세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나 은행이 소유한 부동산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금융권 공적자금 투입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적극적 구조조정을 통해 자산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제로금리가 '부실기업도 망하지 않는다'는 비즈니스 풍토를 조성하는 데 악용돼서는 안된다. 디플레가 더이상 방치되면 일본경제는 '2류'로 전락할 것이다. 일본 지도자들도 이런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다. 애매모호한 정책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디플레 안녕'을 위한 구체적 대응책이 나와야 할 때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Koizumi's Last Chance'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