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이 방랑을 하면서 쓴 시들은 전통 한시에 도전한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의 시들은 국문과 한문이 섞여지고 한문을 뜻이 아닌 음(音)으로 읽게함으로써 해학과 풍자의 맛을 극대화했다. 요즘으로 치면 언어파괴인 셈이다. "二十樹下三十客/四十村中五十食(스무나무 아래 앉은 서러운 나그네에게/망할 놈의 마을에선 쉰밥을 주더라)"라는 식이다. 당시엔 김삿갓 외에도 이같은 한시를 쓰는 몰락한 양반계층의 선비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구사한 글의 쓰임새는 그래도 애교가 있었다. 또 문란한 조정과 양반을 조롱하기 위한 편법으로 글의 파격은 불가피했을 지도 모른다. 요즘들어 우리 글의 파괴가 심각한 지경이라는 소식이다. 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문법이나 맞춤법을 깡그리 무시한 글들이 네티즌들 사이에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어서이다. "놈"을 "넘"으로 "년"을 "뇬"으로 변형해 쓰는가 하면,"안녕하십니까"는 "안냐심까"로 "대단히 감사합니다"는 "절라 감사함다"로 줄여 말한다. 이제는 어린 아이들까지도 이같은 네티즌언어를 예사로 사용할 정도이다. 이를 보다 못한 한 시민단체가 발벗고 나섰다. 한글문화연대(대표 김영명 한림대교수)가 한글날을 맞아 왜곡된 통신언어를 바로잡기 위해 10월 한달 동안 버스광고를 이용한 캠페인에 나선 것이다. 버스외부에 부착한 광고판에는 "통신언어 바로쓰기 운동"이라는 문구아래 ",바다쓰기 0쩜 마자떠여(키득키득,받아쓰기 0점 맞았어요)"라는 내용을 넣었다. 이같이 맞춤법을 무시한 문장을 넣은 것은,우리 글에 대한 경시풍조를 풍자하고 왜곡된 통신언어의 잘못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문화연대는 네티즌이 많이 다니는 대학가 및 종로 등을 운행하는 노선버스 23대에 우선적으로 광고판을 설치했다.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광고가 필요했지만 회원들의 성금외에는 광고비조달이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청소년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언어오염은 이제 강건너 불이 아닌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대처할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