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해 청와대와 중앙부처를 옮기겠다"는 공약을 내건데 이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행정수도 건설엔 반대하면서도 "일부 중아부처 및 공공기관 공기업 정부산하단체 국공립대학의 지방이전을 적극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7%가 몰리는 등 수도권 집중화 과밀화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와있고 지역간 균형발전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여야 후보의 문제제기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행정수도 건설이나 중추 행정기관의 지방이전은 국가의 먼 장래를 내다봐야 하는 중차대한 일인 만큼 표를 의식한 공약이 돼선 곤란하다. 마땅히 공청회나 전문가의 의견수렴 등을 통해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우리는 양당이 그런 절차를 거쳤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과연 얼마나 진지하게 이 문제를 검토하고 공약을 내놓은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고, 바로 그래서도 걱정스럽기만 하다. 행정수도 건설이나 중앙부처의 지방이전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의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구 30만~40만명의 신도시를 건설할 때 20조원의 비용과 10년이란 세월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과연 이런 비용을 감안하고 행정수도를 건설하자는 것인지 따져볼 점이있다. 정부부처가 흩어져 있으면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 또한 자명하다. 지금도 정부청사가 세종로.과천.대전으로 나뉘어있어 행정의 비효율과 그로 인한 보이지 않는 '비용'이 결코 적지 않은 편이다. 두 후보의 공약이 과연 통일에 대비해야 할 이 시대에 걸맞은 것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행정수도 건설이나 중앙부처의 지방이전 문제는 국가 백년대계의 차원에서 차분하고 신중하게 논의되고 결정돼야 할 문제라고 본다. 이 분제가 선거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