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 자라서 죽을 때까지 몇 가지 단계를 거친다. 그때마다 일정한 의식을 치름으로써 가족과 친족 집단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거기에 합당한 권리와 마땅한 책무를 지니게 된다. 이처럼 삶의 각 과정에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사회적 절차 내지 의식이 바로 통과의례(通過儀禮)다. '통과의례'란 말은 프랑스 인류학자인 아놀드 반 즈네프(A van Gennepㆍ1872∼1957)가 1909년에 펴낸 책 '통과의례'(Les Rites de Passage)에서 비롯됐다. 즈네프는 출생 성장 결혼 장례 등 삶의 단계가 바뀔 때 이뤄지는 의식이 국경 등을 통과할 때의 목표(무사히 지나쳐 새로운 곳에 편입되기를 바라는) 및 절차(공물을 바치거나 돌을 놓고 비는)와 같다는 데 착안,이를 통과의례라고 명명했다. 통과의례는 보통 분리 전이 통합의 세 과정으로 이뤄진다. 임신하면 기존 집단에서 격리시켰다가 출산 후 일정 기간을 거쳐 다시 받아들이는 것이나, 장례식 때 시신을 수습한 뒤 초혼(招魂)을 치르고 저승사자를 위한 밥 나물 짚신 동전을 내놓음으로써 사후 세계에 안착하도록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통과의례의 공통 목표는 안전이지만 결혼식은 다산(多産), 출산은 아기의 장래에 대한 기도, 성인식(입회식)은 화해 등 의례별로 다른 목적을 포함한다. 통과의례는 지역 국가 민족에 따라 다양한 가운데서도 보편성을 띤다고 한다. 출산 시 탯줄을 자를 때 인도 펀자브지방에선 남자는 칼 여자는 밀대,애리조나주 호피족은 남자는 화살 딸은 절구공이를 쓰는 식으로 다르지만, 삼칠일(21일)동안 외부인을 금하는 것이나 산모와 아이를 외딴 데 보내는 건 아기를 지키려는 같은 이치에서 연유한다는 얘기다. '세계 통과의례 페스티벌'(집행위원장 임진택)이 3∼6일 서울 암사동 선사주거지에서 열린다는 소식이다. 장인이 신랑에게 첫날밤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는 인도 서(西)벵골지방과 새를 날려 결혼 여부를 결정짓는 뉴질랜드 마우리족의 풍습을 보여주고 관 속에 들어가 누워보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고 한다. 사라져가는 옛의식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일도 뜻깊을 듯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