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선 매각과 감원 등 구조조정에 나섰던 현대상선이 '대북 4억달러 지원설'이라는 암초를 만나 위기를 겪고 있다. 1년 가까이 끌어왔던 자동차 운반선 매각 사업은 임시주주총회를 거치면서 마무리됐지만,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인수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최종 성사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지난달말 부장급 이하 간부와 일반 사원들을 대상으로 3차 감원 인사를 단행, 빠른 시일내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불가피하게 이를 늦췄다 ◇자동차선 매각 어떻게 되나 = 현대상선은 자동차 운반선 매각을 통해 약 1조5천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 유동성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고 부채비율 300%대의 우량한 해운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북 비밀지원설로 산업은행, 씨티은행, 외환은행 등이 주도하고 있는 매각자금 지원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현대상선은 채권단의 긴급 '수혈'까지 받아야하는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당장 11월에 2천억원 가량의 회사채 상환이 예정돼 있지만 자동차선 매각 대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이를 갚을 여력이 없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일부 금융기관들이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자금지원 대상이 현대상선이 아닌 합작법인(인수자)이기 때문에 로드쇼가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산업은행은 독자적으로라도 인수금융 지원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이달말 예정된 자금 조성이 백지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빛바랜 구조조정 = 현대상선은 이르면 1,2일께 부장급 이하 간부와 사원들을 대상으로 3차 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노정익 사장의 전격 발탁과 함께 불과 10여일만에 전체 임원의 3분의 1 을 퇴사시키고 조직을 대폭 축소 개편한 현대상선은 이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대북 지원설로 빛을 잃고 말았다. 구조조정 발표 후 오름세를 보이던 주가는 대북지원설로 연일 곤두박질쳤다. 또 구조조정 마무리 후에는 한동안 감원 충격에 동요할 직원들을 추스르고 조직을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했던 자동차선 매각 이후,컨테이너선에 의존하게 된 사업 구조 변화도 적응해야할 숙제다. 그러나 현대상선 관계자는 "예정대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자동차선 매각 대금이 들어오고 조직 정비가 마무리되면 튼튼한 해운사로거듭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