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회장은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불린다. IMF 이후 그룹 심장부나 마찬가지인 핵심 계열사와 우량 자산을 매각했다. 한화바스프우레탄, 한화NSK정밀, 한화GKN, 한화자동차부품 등 합작 법인의 지분을 매각했고 한화종합화학의 과산화수소 공장 등 비핵심 부문과 부동산을 처분했다. 김 회장은 "마취 안한 상태에서 갈비뼈를 들어내고 폐 하나를 잘라내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특히 "한화기계와 에너지는 선친으로부터 승계받은 것인데 정리할 수 밖에 없어 무척 고통스러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98년에는 창립 후 46년 동안 지켜 오던 그룹훈(訓)마저 바꿨다. '신의 분수 최선'에서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로 바꾸고 구조조정 의지를 다졌다. "그룹을 위해 필요하다면 퇴진까지도 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김 회장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고용안정과 신분보장. 그는 매각협상 실무자들에게 "다른 것은 양보하더라도 고용안정은 반드시 지키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한화에서는 구조조정 회오리 속에서도 노사분규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김 회장은 과거 외화도피 혐의로 구속된 것과 형제간 재산분쟁 논란이 빚어진데 대해 지금도 가슴아파하고 있다.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