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기획은 CD(크리에이티브디렉터)가 하지만 제작은 감독의 몫이다. 같은 콘티를 이용했다 해도 어떤 CF감독이 숨결을 불어 넣었느냐에 따라 광고의 질은 천차만별이다. 최근에는 신세대의 감성을 화면에 녹여낼 수 있는 젊은 감독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뮤직비디오로 실력을 다지고 나서 광고계에 진출한 김상태 감독(33)은 업계에서 "15초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는 대표적인 젊은 감독이다. 김 감독이 연출한 광고는 줄잡아 40~50편.그는 LG텔레콤 카이홀맨,KTF 비기,맥도날드 등 수많은 화제작을 선보이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관계에 있는 두 이동통신회사가 같은 감독을 쓴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특히 신비주의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대단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 감독은 요즘에는 연작으로 이어지는 맥도날드 광고 제작에 전념하고 있다. 김감독은 1970년생으로 "TV세대"로 분류된다. TV세대의 특징은 문자언어보다 이미지들로 이뤄진 영상언어에 익숙하다는 점.김 감독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TV를 보면서 자란 탓에 자연스럽게 영상과 친해졌고 영상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광고계에 뜻을 둔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광고 감독 중에서 경력이 독특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홍익대 도예과 출신의 미술학도로 대학원에서도 미술을 공부했다. 졸업 직후엔 그래픽 디자이너가 돼 3차원 그래픽의 세계에 흠뻑 빠졌다. 그가 TV 영상과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것은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고부터다. 광고 일을 3년전에야 시작했다. 김 감독은 "외도가 길었던 만큼 광고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고 얘기한다. 뮤직비디오 감독 시절의 경험은 광고를 만들 때 밑거름이 되고 있다. 김 감독은 유희열 조규찬 김민종 엄정화 등 많은 인기 가수들과 함께 작업을 했다. 그는 "뮤직비디오와 TV광고는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하다"며 "홍보 대상이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음악이란 점만 다를 뿐 뮤직비디오 역시 본질적으론 하나의 긴 광고"라고 설명한다. 또 "뮤직비디오에서 사용했던 실험적인 기법들을 광고에 응용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성적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도 마음의 눈을 열고 보면 충분히 광고거리가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이질적인 문화코드를 접할 때도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 정서에 맞게 취할 만한 부분이 있다"며 "어떤 정보를 취하고 어떤 정보를 여과시킬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김 감독은 유난히 "서민 정서"가 묻어나는 광고를 좋아한다. 광고주의 요청에 따라 원치 않는 스타일의 광고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지만 가능하면 자연스럽고 친근한 광고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는 "지나치게 인위적인 영상보다는 바로 우리 곁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영상이 좋다"며 "스타를 기용해 모델의 "후광효과"만을 노리는 광고나 선정적인 유행어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광고는 어쩐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33살의 김 감독은 아직 미혼이다. 그는 "광고에 푹 빠져 일하다 보니 혼기를 놓쳤다","일욕심이 결혼욕심보다 커 짝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변명한다. 김 감독은 "업계에 좋은 광고를 만드는 선배들이 많다"며 자신에 대해서는 "경력이 짧아 부족한 것 투성이"라고 겸손하게 평가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