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저녁 7시. 저녁 어스름이 깔린 명동 중앙로 입구 패션몰 밀리오레 앞. 가방을 맨 10대 청소년들과 20대 여성들,외국인 관광객 등 1천여명이 뒤섞여 야외무대를 향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밀리오레가 마련한 꽃미남 선발대회를 구경하는 인파다. "자∼ 명품 선글라스 골라골라 5천원.구치 프라다 구두 6만원 떨이.고탄력 스타킹과 목걸이,샤넬 스카프가 3천원 균일갑니다…." 중앙로로 들어서자 길 한복판을 점령한 노점상들의 호객소리가 요란하다. 거리는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는 걸을 수 없을 정도다.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다. 명동이 젊은이들의 쇼핑천국으로 깨어나고 있다. 90년대 압구정 신촌 홍대앞 등지로 빠져나갔던 10,20대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외국인 관광객 수도 부쩍 늘었다. 음악다방 쉘부르의 30년 단골이라는 김정식씨(67·건축업)는 "월드컵 이후 남미 유럽계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TGI프라이데이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대형 레스토랑까지 잇달아 문을 열면서 가족 단위 쇼핑객도 늘었다. 명동의 활기는 밀리오레와 같은 엔터테인먼트형 쇼핑몰들이 기폭제가 됐다. 동대문식 집단매장은 2,3만원대 중저가 의류를 공급하면서 중고가 상품 위주의 명동패션에 변화를 일으켰다. 이후 상영관 5개를 갖춘 쇼핑몰 캣츠가 브랜드 옷과 테마패션숍으로 구성된 복합쇼핑몰로 다시 문을 열었고 올 초에는 멀티플렉스영화관 5개를 갖춘 아바타가,3월에는 일본제품 전문 쇼핑몰 재팬혼모노타운이 생기면서 명동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명동 곳곳에는 기업들이 소비자 반응을 점검하기 위해 개설한 안테나숍들이 들어서 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몰리는 명동은 안테나숍을 두기에 가장 적합한 상권. 이즈마루 FRJ 행텐 클라이드 잭앤질 지오다노 카스피 등 의류 브랜드는 물론 바디숍 안나수이 메이크업포에버 부르죠아 아가타 등 외국 화장품 브랜드들도 발을 들여놓았다. 스타벅스는 세계 최대 매장을 명동에 오픈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명동 부활의 일등공신이다. 필수 관광코스로 명동을 찾은 일본인들은 명동에서 화장품 옷가지 등을 사고 발마사지 성형수술 라식수술 등을 하고 떠난다. 일본인 전문 발관리전문숍 영발관리실의 이지연씨는 "5만원짜리 1시간 코스가 있는데 많게는 하루 15명 정도의 일본인이 찾는다"고 말했다. 명동은 요즘 들떠 있다. 정부가 6백억원을 들여 옛 명소인 국립극장을 복원키로 했기 때문이다. 명동상가번영회는 이를 기념해 4일부터 13일까지 명동축제를 연다. 2005년께 국립극장이 복원되면 오페라 뮤지컬 연극공연이 매일 열리게 돼 명동이 '국내 최고의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자리를 굳힐 것으로 상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명동상가번영회 김재훈 부장은 "명동은 이제 패션 문화예술 쇼핑 등이 어우러진 풍요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점포임대료가 너무 비싸 매출이 늘어도 이익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한 상인은 "겉보기엔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지만 임대료와 각종 비용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한다. 관광특구로 지정된 뒤에도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가령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오는 일요일에도 명동 뒷골목 곳곳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다. 휴일에는 쓰레기를 제대로 수거해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