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부가 나서 긴급처방들을 내놓고 있다. 대학들도 연구중심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밤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사사키 다케시 일본 도쿄대 총장(60)을 만나 일본의 이공계 문제와 대책 등을 들어봤다. 사사키 총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주최한 동아시아 연구중심대학협의회 제8차 연례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과학고등학교를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수학 물리 등 기초과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학교 1백여곳을 뽑아 재정지원을 합니다.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지요." 사사키 총장은 "청소년들의 이공계지원 기피는 일본에서도 사회문제로 떠올랐다"며 "경제위기의 해법을 교육에서 찾기 위한 대책이 속속 나오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지난해 마련한 과학영재교육 프로그램에는 소수의 '슈퍼 사이언스 하이스쿨' 외에 전국 1천여곳의 초·중·고등학교를 과학교육의 거점학교화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대학들은 지난 91년부터 '연구중심대학'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시작했지만 그 계획이 실효를 거두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부터입니다." 그는 일본경제가 기초과학과 연구개발(R&D) 부진으로 위기를 맞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대학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정보기술(IT) 생명과학(BT) 등 5∼6개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사사키 총장은 "정부는 물론 기업에서도 대학을 지원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후자가 약한 것이 안타깝다"며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의 각종 첨단 건물과 최신 설비가 대부분 기업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졌다는 데 놀랐다"고 강조했다. 일본 기업들은 대학에 별달리 기부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총장에 취임한 이후 산학협동을 확대 강화하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작년 말에는 총장 주도로 산학협동 관할 부서를 만들었다. 히타치 노무라 NEC 등 대기업들이 산학협동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사키 총장은 "그동안 정부 관료나 기업인들은 도쿄대에 발길을 들여놓지 않았다"며 "취임이후 이런 분위기를 바꾸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원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중심대학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도쿄대는 구조적으로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그는 80년대 중반 7대3 정도였던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비율이 이제는 5대5로 바뀌었으며 1만4천여명의 대학원생 가운데 2천명이 외국 유학생이라고 설명했다. 문부과학성이 세계화 전략을 펼치면서 외국인에 대한 장학금을 늘린 후 한국 중국 이란 파키스탄 등 아시아 유학생들이 급증한데 따른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한국 중국 등과 협력,동아시아를 미국 유럽에 버금가는 국제적 연구중심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사키 총장은 기존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학문과 기술은 물론 관리능력과 글로벌 리더십까지 갖춘 인재를 키우는데 서로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쿄대는 누가 뭐래도 인재의 산실역할을 해왔다"며 "대학에서 엘리트교육을 하고자 해도 일본 사회 전체에 팽배한 반 엘리트 주의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 ------------------------------------------------------------------------------ 사사키 총장은 누구인가 일본의 대표적인 정치학자로 지난 2001년 4월1일 도쿄대 총장에 취임했다. 일본 아키다현 출신으로 1965년 도쿄대법정대를 졸업한뒤 68년부터 30년 이상 도쿄대 법학부에 재직해왔다. 일본정치학회 이사장,정치사상학회 대표 등을 역임했으며 정치평론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플라톤과 정치학''현대 미국의 보수주의'등 10여권의 저서가 있으며 '대중 정치학'을 집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