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지방에 가면 출장이지만 회장이나 사장이 지방사업장을 돌면 '현장 경영'이다. 국적 없는 단어같지만 사실은 뿌리가 있다. 지난 80년대 미국 경영이론가 톰 피터스는 종업원이나 고객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현장을 돌아다니는 경영방식을 MBWA(Management by wandering around:현장배회경영)라고 불렀다. 그는 맥도널드의 래이 크룩 당시 회장을 예로 들며 현장탐방을 잘하는 사장들을 칭송했다. 나중에 피터스는 '배회'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 때문에 이를 '눈에 띄는 경영(visible management)'으로 수정한다. 직원,고객,거래처 사람들의 눈에 띄기 위해서라면 발품을 팔아가며 굳이 돌아다닐 필요는 없다.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거나 TV프로그램에 출연해도,언론에 기사가 나와도 그 자체 눈에 띄는 경영이 되는 것이다. 대선 시즌이 가까워오면서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인터뷰는 물론이고 사진 조차 신문에 내기 싫어하는 기업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문제는 올해만 지나면 나아질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사원들이 최고경영자 만나기가 어려워진 것은 이미 오래다. 사장이 평사원들과 맥주를 마시는 '호프데이'를 계속하고 있는 회사가 손꼽을 정도로 줄었고,체육대회 야유회 등은 옛날 얘기가 돼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기업을 감시하는 눈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경영투명성을 요구하는 시장의 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사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궁금증이 커지고 의심으로 자란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독점시비가 쏟아질 때 여론을 상대한 것은 빌 게이츠 회장 자신이었다. 경영자가 상대하는 것은 정치권도 아니고,정부도 아니다. 바로 주주들이고 투자자들이고 사원들이다. 사람들은 최고경영자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사업장을 어슬렁거리든,매장을 불시 방문하든,구내식당에서 사원들과 같이 식사를 하든 경영자는 사람들 눈에 띄어야 한다. 일만 시켜놓고 과실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자리에서,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내외에 항상 알려줘야 한다. IR(기업설명회)도 사장이 직접 나설 때 신뢰도가 더 높아지는 법이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