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순탄하던 경제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 원인은 한국에 있다기보다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 경제의 정체에 있다. 미국 엔론 및 월드컴의 부도에서 우리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사기꾼'경영자가 있으며,아무리 시스템이 잘되어 있는 선진국이라도 곳곳에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에서 발생한 잇단 스캔들은 미국식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켰고,그 결과 미국의 다우지수는 연초 대비 15%나 떨어졌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연쇄반응으로 우리 주가는 연중 최저치를 맴돌고 있다. 1년 전에 발생한 9·11 테러 사건과 이어 우편을 이용한 무차별 탄저균위협은 미 국민들에게 엄청난 불안감을 안겨 주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미 소비자들과 경영자들은 비관적인 경제 전망을 했고,이는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를 계기로 미 국민들은 '불안의 원천'을 제거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게 됐고,이를 반영한 것이 바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다. 미국이 서방국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이라크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그만큼 미국 내에 공격 지지세력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유가 폭등과 세계경제의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이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서인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경제 사이클이 사인곡선(sign curve)을 따라 부드러운 파도 모양으로 진행되던 과거와 달리,불황과 호황이 지그재그 형태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또 경기흐름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등이 3개월 연속 하락해 더블딥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2년 전 '건설경기가 고사 상태에 있다'고 하여 온갖 부양정책을 쓴 결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건설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집 없는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신용카드업계는 올 상반기 매출이 3백30조원에 이르며 아시아 최대 카드시장으로 성장했지만,연체가 크게 늘어나면서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웃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며 국내 제조업은 서서히 경쟁력을 상실,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것이 해답'이라지만,현지화에 따른 기술 유출로 인해 중국 기업이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는 '부메랑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나마 중국에 진출해 성공하는 기업은 나름대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다.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은 중국에 가봤자 끝내 실패하고 만다. 요즘 최고경영자들은 걱정거리가 많아졌다.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늘려야 할지,업종을 바꿔야 할지,회사를 팔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같은 불확실성의 경제에 대처하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아웃소싱(outsourcing)을 적극 활용해 기업의 고정비를 가볍게 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아웃소싱이 그 과업을 내부화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 때도 있다. 그러나 환경의 변화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 때는 비용이 훨씬 더 절감된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자산을 구입하기보다 리스하거나 렌트하여 그 자산이 필요 없어졌을 때에 대비해야 한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핵심 기능과 자산만 남기고,나머지는 아웃소싱하거나 빌려 쓰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현명한 대응이다. 역설적이지만,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영자 자신부터 중심을 잡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영자는 다시 한번 '왜 사업을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업을 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영자들에게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삶' 그 자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즉 사업을 통해 얻는 성취감,사회에 대한 의미 있는 공헌,종업원에 대한 애정,가족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경영자는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고,이러한 가치관은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경영자에게 흔들리지 않는 힘을 주게 될 것이다. wchu@car123.co.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