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과학분야 연구를 위한 기초학문이다. 이공계 분야에서 수학적 기초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는 고급 연구를 하기가 어렵다. 노벨상 과학상은 물론 경제학상 수상자 가운데도 수학을 전공한 석학이 적지 않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어릴 때부터 수학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과학재단(NSF)의 리타 콜웰 박사팀은 지난해 '수학 부흥정책'을 마련, 6년안에 수학분야 지원을 5배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의 수학교육은 한마디로 '위기 상황'이라 할수 있다. 서울대에서 조차 입학생을 대상으로 기초 수학을 다시 가르치고 있다. 그나마 정상적인 이공계 대학생조차 미국 고교수준의 수학교과서를 배우고 있다. 위기의 한국 수학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 중.고교 수학 교육의 틀을 바꿔야 =수학 교육이 문제풀기 방식에서 논리적 사고배양 쪽으로 전환돼야 한다. 한국 고등학생들은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등에서 줄곧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외견상으로는 수학 실력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할 만하다. 문제는 수학이 단순한 '문제 풀기'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학은 물리 화학 등의 기초과학은 물론 정보기술(IT) 등 응용분야의 새로운 현상과 기술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제공한다. 수학 교육을 통해 새로운 문제 해결을 위한 논리력과 이해력을 배양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풀기식 기능적 측면에 치중하고 있는 한국의 수학교육으로는 기초 이론에 대한 실력 저하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대에서 지난해부터 미·적분학 우열반 편성을 위해 신입생들의 수학 실력을 측정한 결과 이같은 현상은 그대로 드러났다. 단답형의 경우 만점자 비율이 70% 수준에 이르렀지만 기본적인 평균값 정리를 이용한 서술형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낸 학생은 30%에 불과했다. ◆ 대학입시 체계도 개혁돼야 =현행 입시로는 새로운 문제의 해결 능력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문제를 틀리지 않는게 중요하다. 학교 교육도 이런 틀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선 우선 수학능력평가에서 창의성을 요구하는 수학 문제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정부측의 의지도 물론 중요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한 관계자는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문제의 비중을 높이면 즉시 난이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다"며 "고등학교 수학 교육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창의성문제 출제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입시에서 대학별 자체 평가의 기회를 확대해 주는 것도 시급한 과제의 하나로 꼽힌다. 서울대 수학과 계승혁 교수는 제20회 수학교육심포지엄에서 "창의적인 수학 능력을 가진 학생을 많이 뽑고 싶어도 현재의 수능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입시에서 대학의 선택권을 높여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대학 수학교육의 질을 높여야 =대한수학회가 전국 64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양수학의 경우 수업 시간의 65%를 시간 강사가 맡고 있다. 수학과 학부 전공과목에서도 30%를 시간 강사가 맡고 있다. 교양수학 시간의 65%를 시간 강사에 의존한다는 것은 교육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학 수학 교육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의 하나다. 초.중.고 수학 교육의 경우 교재개발이나 교사들의 교육방식 연구가 활발한 편이지만 대학의 경우 여전히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30년 전의 외국 교재를 그대로 사용하고 교육 방식도 종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이화여대 호서대 등의 일부 교수가 금융.IT 등과 접목된 새로운 교과목을 연구하고 있지만 연구 실적으로서 제대로 평가받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정동명 대한수학회장(서강대 교수)은 "수학 교수들이 전공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재 등의 콘텐츠나 시대에 맞는 교과목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지만 국내 대학 현실로는 어림도 없다"며 "실제로 새로운 교육 방식에 대해 연구를 한다하더라도 제대로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수학을 대중화하자 =한국에서는 수학에 대한 학생이나 일반인들의 관심을 살 만한 행사나 정기 간행물이 거의 없다.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수학 체험관을 설립하고 어린이용 잡지 등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수학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전문 저널의 발간도 시급한 과제다. 특별취재팀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산업기술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