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기술경영(technology management) 시대를 맞고 있다. 새로운 기술만으론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 기술을 관리하는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 없이는 기업을 경영하기가 어려워졌다. 기술과 연구개발(R&D)분야 책임자인 최고기술경영자(CTO;Chief Technology Officer)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CTO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사실상 CTO 역할까지 맡고 있는게 현실이다. CTO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 역할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국내에서도 멀지않아 '민간기업 연구소 1만개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이에 맞춰 CTO도 장기적으로 1만명까지 키워 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CTO 양성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아본다. ◆ 기업이 CTO 양성에 나서야 =첨단기술 동향에 대한 지식과 조직관리 전략수립 등 관리자로서의 자질을 겸비한 CTO를 키우는데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 글로벌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기업 가운데 본격적으로 사내에 CTO 양성과정을 마련, 운영하고 있는 사례는 흔치 않다. 전문가들은 입사 10∼15년 정도의 중견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전문가형 현장 엔지니어와 관리자형 엔지니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경영진은 관리자형 엔지니어로 방향을 잡은 인력에 대해 특화된 재교육 프로그램을 상설화해 CTO 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관리형 엔지니어가 실무진, 프로젝트 리더, 책임자급 등을 거치면서 기술력과 경영자로서의 안목 등을 평가받게 되는 것이다.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CTO로서의 자질을 검증받게 되는 셈이다. 외부 교육기관을 활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이 마련한 바이오산업 경영자 과정과 정보전략 최고경영자 과정, 연세대 공학대학원의 산업최고위 과정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장성근 LG경제연구원 책임컨설턴트는 "CTO는 기술뿐만 아니라 경영 전반에 관한 능력도 함께 요구된다"며 "CTO 양성 프로그램은 △먼저 보고 먼저 생각하는 능력 △과감한 결단과 지속적인 실행 능력 △사람을 키우는 능력 △탁월한 성품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 유기적인 R&D 의사결정 라인을 구축하자 =CTO 제도가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테크노CEO와 CTO, 최고연구책임자(CRO) 사이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공계 출신 CEO인 테크노CEO는 R&D 관련 인사나 예산권, 기술개발계획 수립 등 R&D 의사결정 권한을 CTO에게 넘겨줘야 한다. CEO 권한이 위임되지 않고는 CTO의 존재가치가 없어진다. CTO의 임기와 신분을 보장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CTO는 단기적인 기술개발 성과뿐 아니라 기업의 중.장기적인 R&D 프로그램을 책임진다. 따라서 사업의 단기적 결과에 따라 CTO를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진 기업들은 연구소장 등 R&D 경영진에 대해선 성과 평가와는 별개로 적정 임기를 보장해 주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R&D 조직간 조정기능을 수행하는 CRO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CRO는 CTO가 R&D 관련 의사결정을 내린 뒤 실무진에 R&D 작업을 배분하고 각 연구팀의 연구성과를 융합하는 역할을 맡는다. ◆ 한국적 CTO제도 정착시켜야 =CTO 제도가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CTO가 의사결정 기구에 참여하지 않고 CEO를 보좌하는 스태프 역할을 하는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CEO보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풍부한 원로급이 CTO를 맡아 기술분야 투자와 의사결정을 돕는 형태다. 전문가들은 국내기업의 경우 빠른 의사결정과 CTO의 책임의식 강화를 위해 CTO가 스태프 기능뿐 아니라 의사결정에도 참여하는 라인 역할을 겸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관계자는 "CTO가 라인 역할을 함께 할 경우 R&D 정책과 관련예산 운영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집행 및 결정권을 가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산업기술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