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을 추진하는 것은 우선 적성국의 핵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를 지키는 데 있다. 부시 정부의 MD추진의 두번째 목적은 소위 '악의 축'으로 불리는 이란 이라크 북한 등을 견제하는 것이다. 테헤란 바그다드 평양 등지에서 발사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이나 중동 동북아지역의 동맹국으로 발사될 경우 이를 사전에 폭파시킨다는 것이다. 부시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은 "대부분의 국가 지도자들이 핵 무장을 시도하면 미국의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지만 이라크 등 3개국 지도자들은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미국이 동북아지역에 MD를 구축하려는데는 또 다른 목적도 있다. 미 정부관리들은 "MD가 중국을 겨냥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나 사실은 중국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이며 나아가 중국대륙으로부터 대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미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미국의 MD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만이 갑자기 '국민투표'라는 이슈를 터뜨렸기 때문이다. 천수이볜 총통이 최근 "대만의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중국과 대만간에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핵무기를 통한 세력균형은 양안간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만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확실한 장치다. 미국이 중국의 미사일을 격추시킬 수 있는 MD 구축을 위해서는 적어도 5∼6년이 걸리는 데 대만이 너무 일찍 양안간의 긴장상태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물론 중국은 '악의 축'국가들과 같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또 중국은 대만에 대해 민족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만약 중국과 대만과의 전쟁상황이 펼쳐지고 미국이 개입한다면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상정해볼 수 있다. 지난 1995년 대만해협에 긴장감이 감돌았을 때 중국 장성들은 "로스앤젤레스를 희생시킬 것이냐 대만을 보호할 것이냐 선택하라"며 미국을 위협했다. 중국은 현재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20CSS-4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액체연료로 구동되는 이 미사일은 발사까지 불과 몇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중국은 이들 무기를 미국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철저히 은폐시켜 놓고 있다. 미 국방부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이 미사일들을 미국이 MD를 구축하기 이전인 3년내 실천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또 DF-41같은 이동미사일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이 미사일은 이전의 미사일보다 정확도를 한층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 등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중국식 MD'인 미사일 방어시스템도 마련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앞으로 수년내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미래에는 미국도 중국의 핵미사일 공격에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대만의 경우 독립을 외치고 있지만 안보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 이것이 대만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미국의 딜레마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Taiwan's Security Umbrella at Risk'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