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는 등심,삼겹살,어깻살,방앗살 그리고 뒷다리 등으로 구분한다. 등심과 방앗살을 최고로 치고 뒷다리,어깻살,삼겹살 순으로 등급을 매긴다. 돼지고기는 조리법도 다양하다. 머리에서 발끝까지가 모두 요리의 재료다. 머리는 눌러서 편육으로,목살은 도톰하게 잘라 소금구이로,다리는 삶아서 족발로,등심은 튀김옷을 입혀 돈까스로 각각 쓴다. 또 곱창은 볶음,창자는 순대,심지어 어미돼지 뱃속의 새끼를 찜으로 해 먹기도 한다. 지방색이 강한 향토요리까지 꼽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이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달착지근하게 양념한 돼지갈비. 50년전 마포 나루터를 오가던 인부들이 저렴한 가격에 안주 삼아 즐기던 돼지갈비가 이제는 돼지고기 요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즈음 옷깃을 세우고 좋은 말벗과 함께 찾을만한 돼지갈비 명소 몇 곳을 소개한다. 양화정(합정동 홀트아동복지 뒷골목,02-323-5777)=밀리는 손님탓에 자리가 모자라 최근 증축까지 한 집. 이 집 돼지갈비는 뼈가 없다. 돼지고기 부위 중 가장 비싸다는 목 등심을 쓰기 때문. 비계가 살짝 섞인 돼지고기에는 칼집이 촘촘하게 나 간이 깊숙이 베어있다. 모양새만으로는 소갈비처럼 보인다. 과일즙과 생강,마늘,간장을 달여 맛을 낸 소스가 함께 나오는데 잘 익어 노릇노릇해진 갈비를 한 점 찍어 입에 넣으면 그 맛이 입에 착착 감긴다. 칠면조 소시지처럼 육질이 부드럽고 돼지갈비 특유의 달달한 풍미가 넘치는 포만감을 제공한다. 손님들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 않아도 알아서 불판을 갈아준다. 식사로는 된장찌개나 냉면도 괜찮지만 뜨거운 갈비탕 국물에 말아 주는 온면을 추천한다. 구수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고기 먹은 뒤의 느끼함을 달래준다. 조박집(마포 원조 주물럭 건너편,02-712-7462)=마포에는 유명한 돼지갈비 집들이 많다. 20~30년은 기본이고 50년 가까이 된 집도 있다. 그 중 조박집은 맛과 분위기가 흐트러진다는 이유로 일체의 언론 노출을 꺼리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돼지갈비의 명소. 여주인이 주방과 홀을 오가며 허드렛일까지 도맡아 하다보니 종업원들도 자발적으로 서비스를 해준다. 가로세로 7~8cm크기로 썰어 놓은 도톰한 돼지갈비에 참기름을 넉넉히 두른 양념은 감칠맛이 난다. 고춧가루를 치지 않고 허옇게 무친 새콤한 무채와 잘 익은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으면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다. 이 집 돼지갈비는 자극적인 단맛이 빠져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투박한 스테인레스 그릇들과 찌그러진 양은냄비를 사용하지만 담겨 나오는 총각김치,파 무침,된장찌개만큼은 수준급이다. 단골들은 작은 양푼에 밥과 총각무,우거지를 넣고 된장찌개를 몇 수저 둘러 비벼 먹는데 이 맛도 일품이다. 후식으로 내오는 식혜는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의 손맛 그대로이다. 모래내갈비(연세대 정문에서 수색 방향 3km 지점,02-373-3518)=모래내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희한한 할머님이 한 분 계셨다. 가게에서 고기 양념을 할 때는 종업원들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도 밖으로 내보내고 꼭꼭 잠가두었던 양념통을 꺼내 비밀스럽게 작업(?)을 진행했다는 갈비의 장인이다. 평생 혼자서만 간직했던 돼지갈비 양념의 비법을 돌아가시기 이틀 전 링거를 꽂은 채 병원에서 나와 며느리에게만 알려준 일화로 더욱 유명하다. 골목 전체가 돼지갈비 집이지만 가장 손님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그다지 깨끗하거나 친절하지는 않지만 맛 하나만큼은 손색이 없다. 숯불 위에 올려놓은 돼지갈비는 언제나 선홍색을 띄는데 이는 고기의 신선함을 말해주는 증거다. 밑반찬이나 밥에 딸려 나오는 된장국은 별로지만 돼지갈비의 맛과 양만큼은 그 어느 곳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다. 김유진 < 맛 칼럼니스트.MBC PD showboo@dreamw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