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패션하면 흔히 "트렌치코트"를 떠올리지만 올 가을 만큼은 "블루종(Blouson)"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클래식하고 점잖은 분위기를 풍기는 트렌치코트 대신 스포티하고 경쾌한 이미지의 블루종을 걸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번 시즌 한 벌쯤 꼭 갖춰둬야 할 의상으로 블루종을 꼽을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블루종은 원래 등을 불룩하게 만든 블라우스나 엉덩이까지 오는 점퍼 풍의 상의를 말하는데 최근에는 재킷과 점퍼가 결합된 웃옷의 총칭으로 쓰인다. 긴 코트는 너무 무거워 보이고 얇은 상의는 스산해 보이는,딱 요즘 같은 때에 입기 적합한 아이템이며 색상만 잘 선택하면 봄에도 즐길 수 있는 전천후 품목이다. 또어떤 형태의 스커트나 팬츠와도 잘 어울리는 실용 아이템이기도 하다. 종래 남성 전용 의상 정도로 인식됐던 블루종이 올 가을 유행의 전면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먼저 벨트를 포함한 하의 디자인이 다양해진 점을 이유로 꼽는다. 캐주얼웨어 카나비의 신명은 감사(디자이너)는 "빈티지 로맨틱 스타일의 영향으로 팬츠와 스커트의 장식이 더욱 감각적이고 화려해졌다"고 말한다. 이전보다 "공"을 들인 디테일인 만큼 상의를 깡총하게 올려 아래쪽을 최대한 보여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시즌부터 주요 액세서리로 부상한 벨트도 상의가 짧아야 그 맛을 살릴 수 있다. 트렌드도 블루종의 부상을 뒷받침한다. 런던풍의 보이시한 스타일,실용성을 살린 스포츠룩 등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일에 블루종은 분위기를 살려주는 중심 역할을 한다. 의류매장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디자인이 선보이고 있다. 가죽 라이더 재킷,오래된 느낌을 주는 스웨이드 블루종,터프한 질감을 살린 데님 소재 블루종이 대표적이다. 또 여성적인 블라우스 스타일과 군용 점퍼를 연상시키는 점퍼 스타일 등 소재와 모양에 따라 각기 다른 이미지를 지닌 블루종이 판매되고 있다. 블루종 입는 방법은 더 다채롭다. 남성적인 블루종을 섹시한 톱,화려한 원피스와 같은 극히 여성적인 옷들과 함께 해 색다른 맛을 살린 "믹스&매치"는 현재 압구정동 "트렌드세터"(유행선도자)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옷입기 방법이다. 섹시 스타일을 살려주는 소품은 넓은 벨트나 코사주,초커 등이다. 좀 더 캐주얼한 이미지를 살리려면 코듀로이 팬츠나 워싱 가공된 진팬츠와 코디한다. 여기에 앞 코가 뾰족한 앵클부츠나 니트 머플러,모자를 곁들이면 런던풍의 펑키한 스타일이 완성된다. 이 모든 스타일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몸에 얼마나 잘 맞느냐"하는 피팅감.젊은 감성의 블루종의 매력을 살리려면 너무 넉넉하게 입기보다는 약간 작은 듯 꼭 맞게 입는 것이 좋다. 설현정 객원기자 hjsol1024@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