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회에 세가지 기본적 힘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총칼의 힘(군사력),돈의 힘(경제력),그리고 과학기술의 힘입니다.이 세가지 힘의 크기를 단기적으로 비교해보면 총칼의 힘이 가장 강하고 다음이 돈의 힘,그리고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의 힘입니다." 과학기술과 경영학을 접목한 '경영학의 진리체계'(경문사)를 최근 펴낸 윤석철 서울대 교수(경영학과)는 "장기적인 영향력으로 보면 경제력이 군사력을 낳고,과학기술의 힘이(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서) 경제력을 낳는다"며 "과학기술의 힘,즉 이공계의 역할이 그 사회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결정짓는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있는 경영학과 연구실에서 윤석철 교수를 만나봤다. -한국에선 과학기술이 어떤 역할을 했나. "국내에서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최우등생들이 이공계 대학으로 많이 진학했다. 이들이 한국 기업의 주력부대를 형성하면서 반도체 철강 자동차 선박 LCD CDMA 등 분야에서 세계정상급 경쟁력을 형성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가치관이 어수선해지면서 최우수 학생들의 이공계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흔들린다는 뜻인가. "그렇다. 우리 사회에서는 단기적인 이득심리가 만연해있다.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다보면 이처럼 단기지향적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전통의 미덕이니 은근과 끈기,기다림의 가치관이 붕괴되고 말았다." -경영과 기술의 상호관계를 얘기한다면. "농경시대에는 토지가 부(富)의 원천이었다. 17세기 산업혁명이 일면서 기계,생산설비,공장 같은 자본재가 토지를 능가하는 생산성을 발휘했다. 그러다 1870년대 전기가 실용화되면서 기술을 개발한 개인이나 기업이 부(富)의 정상에 오르기 시작했다. 지멘스 에디슨 벨과 같은 기술자 출신들이 독일의 지멘스,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벨 전화회사와 같은 세계적 기업을 창업,지금도 존경받고 있다. 그들이 인류에게 공헌하고 그 반대급부로 얻는 부는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이다." -이공계 살리기를 위해 어떤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공계를 살리는 길은 우선 연구개발 투자의 장기적 결실을 중시하는 투자철학에 있다. 과학기술의 세계는 오늘 들어간 돈이 1∼2년 이내에 이익으로 돌아오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5년 혹은 10년 앞을 보는 투자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결과가 안 보인다고 연구비를 중단하고 연구자를 질책하는 문화는 과학기술계를 망치는 것이다. 이공계 종사자들도 자신들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 생존전선의 최전방에 서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또 그렇게 하려면 우선 인간의 필요,아픔,정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그러기 위해 (이공계 서적만 읽지 말고)인문·사회 분야의 지식과 교양도 습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 [ 그는 누구인가... ] 윤 교수는 문과 이과를 넘나들며 3개의 학위를 가지고 있는 독특한 학력의 소유자다. 그는 처음 독일의 경쟁력을 배우겠다며 독문과에 진학했다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눈뜬 뒤 물리학과로 진로를 바꿔 대학을 졸업했다. 196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까지 획득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74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77년 훔볼트재단 연구교수로 독일을 다녀왔다. 저서로는 프린시피아 매니지멘타,경영학의 진리체계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