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일본 D램 업체들이 단일회사로 통합을 추진하는 등 D램 업계에 서바이벌게임이 재연되고 있다. 미쓰비시전기는 D램 반도체사업을 내년 4월까지 NEC-히타치 합작회사(엘피다메모리)에 넘기기로 하고 최종 조정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이는 미쓰비시가 경쟁력이 한계에 이른 D램 사업 독자운영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일본의 반도체 D램 사업이 사실상 1개사로 단일화됨을 뜻한다. 일본 반도체메이커들은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전세계 D램 시장의 80%를 장악했으나 기술,원가경쟁에서 한국,미국 등에 밀려 벼랑으로 내몰려 왔다. 후지쓰가 2001년 D램사업에서 손뗀데 이어 도시바도 금년말까지 철수를 선언한 상태며 NEC와 히타치가 반도체 부문을 통합해 설립한 엘피다메모리와 미쓰비시전기가 명맥을 유지해 왔다. 시장점유율은 엘피다 8.5%,미쓰비시전기 2.6%로 이들 2개사를 합친 비율은 11.1%. 통합회사는 한국의 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4위로 부상하지만 1위인 삼성전자의 27%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두 회사는 엘피다가 미쓰비시의 개발,영업부문을 20억∼30억엔에 사들이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정 중이다. 그러나 미쓰비시가 갖고 있는 에히메현의 공장은 넘기지 않고 당분간 엘피다의 수탁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미쓰비시는 D램 사업에서 작년 한햇동안 2백20억엔의 매출을 올렸지만 수익성 악화로 전체 반도체사업의 적자만 부풀리는데 그쳤다. 대만의 D램 생산업체인 모젤바이텔릭과 프로모스테크놀로지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 최근 대만경제일보는 모젤이 조만간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서 내년중에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이며 회사채 상환과 자금마련을 위해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순현금유동성은 올해 3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금보유액은 이보다 훨씬 많은 상태"라고 반박했지만 주가하락세는 진정되지 않았다.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와 모젤바이텔릭의 합작법인인 프로모스도 "당장 통합대상 업체를 찾을 계획은 없다"며 "오히려 중국 본토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피니언과 프로모스는 자금여력이 없어 3백㎜ 웨이퍼 공장을 설립키로 한 계획을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2002회계연도 4분기(6∼8월)중 5억8천6백50만달러의 손실을 나타내 7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했다.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회사의 8월말 현재 보유현금이 10억달러에 달하지만 설비투자로 전액을 지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경쟁력이 점차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스티브 애플턴 마이크론 사장은 하이닉스 인수협상재개 가능성과 관련,"두 회사의 자산가치 등 시장상황이 지난번 협상 때와는 달라졌다"며 "현재로서는 D램 업체를 인수하기보다는 마이크론 자체 수익성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협상이 재개된다면 변화된 환경에서 하이닉스 인수가 타당한지를 분석한 후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협상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센터본부장은 "삼성전자와 난야를 제외하고는 2·4분기부터 D램 업체들의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서바이벌게임이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여유자금이 부족한 대만의 후발 D램 업체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김성택 기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