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의 땅에서도 한류(韓流)는 도도했다. 최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앙드레김 패션쇼는 한국에 대한 몽골인의 '흠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했다. 패션쇼는 대성황이었다. 쇼가 끝난 뒤 몽골 학생들은 앙드레김과 모델로 나섰던 탤런트 송승헌을 보러 호텔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고 송승헌에게 줄 한글 팬레터를 보여주기도 했다. 울란바토르는 말 그대로 '한국 열풍'에 휩싸여 있다.엑셀 누비라 그랜저….낡았지만 낯익은 자동차들이 도로를 누빈다. 자동차 열대 중 예닐곱대는 한국산 중고차고 '서울역~녹번'표지를 그대로 붙인 시내버스가 털털대며 달린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서울에 온 것 같다. 압구정동을 모델로 삼았다는 '서울의 거리'도 있다. 'SEOUL BEAUTY SALON'이란 미용실은 건물 전면에 탤런트 김희선의 초대형 브로마이드를 붙여놨다. 한국상품의 인기도 최고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은 라네즈 라끄베르 나드리 등 한국 화장품이 장악하고 있다. 술집에선 한국 맥주 '카스'가 가장 잘 팔리고 나이트클럽에선 SES 등 우리 가수들의 노래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서울시내 음식점과 다를 바 없는 한식 레스토랑은 대통령을 비롯해 몽골 고위인사들이 즐겨 찾는 고급 맛집이 됐다. 울란바토르의 한류는 중국이나 동남아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라 보였다. 몇몇 연예인들이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끄는 정도를 넘어 한국상품 한국음식 한국사람이 전방위로 환영받고 있다. 이런 호감은 한국 기업들의 몽골 진출에 든든한 발판이 될 게 분명하다. 과제는 좋은 이미지를 지키는 일이다. 몽골 관광청 한국사무소 관계자는 "일부 관광객들이 돈을 마구 뿌리거나 현지인을 무시해 반감을 살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평양과 서울에서 8년간 유학했다는 한국통 오농씨(41·비즈니스)는 "못사는 나라로 얕잡아봐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몽골에 먼저 들어왔던 한국 이동통신 회사가 최신 기술을 들고온 일본 회사에 추월당한 예를 들며 "고급 소비경향이 강한 시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란바토르=김혜수 생활경제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