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말도 많았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비로소 입법예고됐다. 종교계 시민단체 등이 제기해 왔던 윤리 쪽에 무게를 두면서도 논란의 핵심사항인 체세포 복제연구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여지를 남겨뒀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보건복지부가 과학기술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마련한 이번 법률안은 크게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인간개체 복제 금지,냉동잔여배아 연구 허용,그리고 체세포 복제연구의 경우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추후 위원회에서 허용 여부 및 그 범위를 결정토록 한다는 것이다. 법 시행시 진행중인 체세포 복제연구는 복지부장관의 승인을 통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경과규정을 뒀다. 그동안 관련 법률을 복지부 과기부 등이 각기 추진하면서 과학계 종교계 간의 갈등에 더해 혼선이 가중돼 왔던 점을 생각하면 이렇게라도 정리된 것은 잘된 일이다. 최근 크로네이드사 한국지부가 국내에서 인간개체 복제연구를 시도하는 등 우려할 만한 일이 현안으로 부각돼 있음을 감안하면 시기적으로도 그렇다. 이번 법률안에서 인간개체 복제는 완전금지했다. 끝이 없는 논란거리를 전부 명쾌하게 정리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과학계든 종교계든 큰 이견이 없는 부분은 서둘러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종교계와 과학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체세포 복제연구와 관련,일단 방향을 잡았다는 것도 평가할 점이다. 그동안 종교계는 자칫 인간복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에 대해 강력한 금지를 요구한 반면,과학계는 치료목적의 배아복제를 금지해선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법률안은 '원칙적 금지'란 점에서 윤리 쪽에 무게를 두면서도 '위원회'를 통한 연구허용의 여지를 남겨 둔,어떤 의미에서 보면 절충안인 셈이다. 세계적 흐름으로 봐도 그런 평가가 가능하다. 체세포 복제에 대해 영국은 허용,프랑스 독일 핀란드 등은 금지,미국은 금지법안이 계류중이고,중국과 일본은 아직 애매한 입장에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원칙적 금지'로 인해 과학계의 반발이 클 수 있다고 본다. 체세포 복제를 아직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는 경쟁국들이 많은데 굳이 우리가 앞서 나갈 이유가 있느냐는 주장과 함께,생명공학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 지나친 규제위주는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법안 운용의 묘를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