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치료용 신약후보물질 개발로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싸이제닉(www.scigenic.com)의 이희설 사장(46).그의 창업은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 오랜기간 듀퐁 등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해온 이 사장은 평소 알고지내던 대학교수,국책연구원 등이 보유한 우수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소규모로 돈을 대 상업화를 지원했다. 그러면서 하나,둘 성과가 나타났고 특히 농업분야의 한 기술은 수출까지 되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 사장은 아예 지난 99년 싸이제닉(당시화인인터내셔널)을 설립하고 유망기술을 발굴하는 "사냥꾼"으로 본격 나섰다. 이 사장의 사업모델은 독특하다. 바이오벤처업계에서도 벤치마킹 모델로 꼽힌다. 보통 바이오벤처는 기초 연구개발을 진행해 신물질을 직접 개발한 후 대기업이나 제약회사 등에 넘기는 것이 보통인데,싸이제닉은 이 모든 것을 아웃소싱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최소 5백여명의 연구원에 2조원의 투자가 필요하고 기간도 10~15년이 걸리는 데 국내 기업,그것도 벤처기업이 단독으로 수행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이 사장은 따라서 국내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는 유망기술 후보군을 초기에 발굴해내고 곳곳에 흩어져있는 연구자들을 엮어 공동연구를 진행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동시다발적인 연구개발은 신약후보물질 검색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비용도 줄이며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간 시너지효과를 올려 제품다양화에도 기여하는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금도 5개의 신규 연구프로젝트를 발굴,모두 2백여명의 외부 연구진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공동작업을 진행중이다. 올해초 미국에 3천만달러 수출계약을 기록한 치매예방 신약후보물질인 INM176은 이같은 사업방식으로 이뤄낸 대표적인 성과다. INM176은 한림대 천연의약연구소가 국내자생식물에서 찾아낸 물질로 국내외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받아 바이오벤처로는 사상 최대규모의 수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사장은 올 하반기부터는 그동안 투자해왔던 사업이 본격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미 미국으로의 수출은시작됐고 일본 유럽 등과도 추가수출 협상이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1백억원 매출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내년에는 미국 수출계약물량만 3백억원에 이를 전망이어서 매출목표를 5백억원으로 늘려잡았다. 이미 창업 2년만인 지난해 흑자를 기록해 업계의 주목을 받은 이 사장은 앞으로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개발 분야에서 세계 선두기업으로 나선다는 게 장기 포부다. 그는 "현재 16개의 신약후보물질을 갖고 있으며 연구개발과 시장환경만 뒷받침된다면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은 충분히 자신있다"고 말했다. 이희설 사장은 서울대 농화학과를 나와 한국듀퐁 생명과학사업부장 등을 지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