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시장조사도 하지 않고 어떻게 사업자금을 달라고 할 수 있습니까." 최금주 화이버텍 대표(49)의 따가운 질책이 쏟아졌다. 순간 모방송국 창업 관련 프로그램 녹화장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창업 품목을 설명하던 예비 사장은 쩔쩔매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최 대표는 이 방송사가 기획한 창업자금 지원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그는 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 노동부 최저임금심의위원, 서울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화이버텍은 주방용품 제조 벤처기업이다. 파이버(fiber)로 만든 쟁반 식탁매트 쓰레기통 등이 주력 제품이다. 그러나 재래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세잔느 고갱 칸딘스키 박수근 등의 작품이 담겨져 있다. 주방에 걸어둘 만한 예술품이라고 최 대표는 자랑한다. 최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81년. 영국에서 수입하던 파이버를 자체 생산해 히트를 쳤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억원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에게 한국화가의 작품이 담긴 주방용품을 문화 대표상품으로 내밀 수 있으면 좋겠다"는게 최 대표의 작은 소망이다. (02)851-7521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