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재계 위상이 한층 높아진 한화그룹은 이를 계기로 제2창업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한화는 다음달 9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금융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그룹 비전을 새롭게 제시할 예정이다. 대생을 중심으로 종합금융그룹으로 발전하면서 유통.레저, 화학 등 기존 계열사의 성장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룹명칭 변경도 검토하는 등 대대적인 기업이미지(CI) 개정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 재계 판도변화 한화의 대생 인수는 재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공정위가 발표하는 공정자산(보험자산 등 금융계열사 자산 제외)으로 따질 때 한화의 현재 자산규모는 9조9천억원. 대생 인수를 통해 재계 16위(공기업 포함)에서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한단계 올라서게 됐다. 그러나 보험자산을 포함할 경우는 총자산규모가 37조5천억원으로 늘어나 KT(32조6천억원)를 제치고 재계 6위로 급부상하게 된다. 공기업인 한국전력을 제외한다면 '5대그룹'에 포함된다. 재계는 한화의 대생 인수에 대해 적지 않은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신인도가 올라가면서 생보업계 2위로 올라선 대생은 한화그룹 편입을 계기로 더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험 등 금융 계열사를 갖고 있는 주요 기업들은 한화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종합금융그룹 지향 한화는 기존 화약 화학 정보통신 기업에서 금융과 유통.레저 전문그룹으로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IMF사태 이후 한화에너지(정유) 한화베어링(기계) 등을 매각하고 NCC(화학) 부문을 대림산업과 통합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해온 한화는 앞으로 미래 성장산업에 주력,제2창업을 이룬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대생 인수는 한화의 이러한 구상에 날개를 달게 했다. 한화 관계자는 "대생은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SK그룹의 SK텔레콤과 같은 위상을 그룹내에서 갖게 될 것"이라고 언급, 대생을 핵심 계열사로 키울 방침임을 밝혔다. 서비스산업의 공격경영도 강화할 방침이다. 한화국토개발은 제주도에 종합리조트를 짓는 등 내년이면 콘도 4천2백92실과 골프장 72홀을 운영하는 레저업계 1위 업체로서의 위상을 갖게 된다. 또 서울역 민자역사를 내년 6월까지 완공하고 청량리역에 대형 쇼핑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유통업도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 63빌딩을 운영하는 63시티까지 계열사로 포함하게 됨에 따라 유통.레저부문의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 ◆ 상시구조조정 정착 한화의 대생 인수에 대해서는 그러나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일부에서는 한화의 부채비율(2백32%)이 높은데다 과거 금융계열사의 부실경영으로 1조4천7백94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전례를 들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 구조조정본부 정이만 상무는 "독립경영을 통해 대한생명을 선진 금융업체로 변모시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건실한 우량회사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화는 비핵심 계열사의 지속적인 매각 등 상시구조조정 체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한화는 앞으로도 비수익부문을 매각, 25개 계열사를 모두 흑자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화의 대생 인수가 제2창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구조조정에 실패할 경우 동반 부실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공여부는 앞으로 한화 경영진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