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북한내 신의주 경제특구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관심'이 대규모 투자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삼성 LG SK 현대차 등 대기업그룹들은 신의주 특구가 사실상 북한내 국제개방도시 1호라는 점과 대(對)중국 교역의 전진기지로 육성된다는 측면에서 어떤 형태로든 투자가 불가피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특히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섬유 신발 가전 비철금속 등의 업종에 대해선 신의주 경제특구가 상당한 흡인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신의주 특구가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고 북한의 대외신인도 향상도 필수적인 만큼 본격 투자에 나서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대북경협 속도 빨라진다=북한당국의 신의주 경제특구 발표로 가장 고무된 쪽은 개성공단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현대아산.현대아산 측은 신의주 특구지정이 개성공단 조성사업과 상충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신의주 특구는 북한경제의 대외개방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 경협사업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24일 평양에서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조성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23일 오후 서둘러 중국 베이징으로 떠났다. 현대와 북측은 이번 평양회담에서 개성공단 특별법 제정과 1차공단 개발사업,육로관광 실시 및 관광특구 지정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 등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다음달 10일 남북경협위원회를 열어 신의주 특구 구상 및 개성공단 실무협의회 개최에 따른 기업들의 대북투자 계획을 점검할 예정이다. 재계는 국내 임가공 사업의 상당수가 신의주 특구로 이전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중국 동북지방에 진출해 있는 중소기업들도 신의주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남북교역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전어패럴 신상복 사장은 "평양을 중심으로 위탁가공 등 대북교역에 종사하고 있는 업체들 중에서 신의주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대규모 투자는 힘들듯=기업들은 북한 당국이 신의주지역을 홍콩식 경제특구로 개발해 정치적·군사적 리스크를 없애준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경제성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당장 물류거점으로서 신의주가 완벽한 입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신의주 인근 압록강은 수심이 얕아 컨테이너선을 비롯해 5만t급 이상의 선박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또 서울∼신의주간 거리가 4백44㎞에 달하는 등 남측과 거리가 멀어 남북경협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런 점 때문에 북한의 신의주특구설치가 어떤 구상에서 비롯됐는지 좀 더 알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과 신의주특구가 보완관계인지 경쟁관계인지가 불분명하다"며 "대외 개방지역들에 대한 운용방식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포~송도~개성을 연결하는 1억평 규모의 경제특구설치 방안을 제시했던 삼성측은 특구가 경제 규모를 갖추기 위해선 개성이 특구로 개발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또 "북한이 신의주특구를 남한기업의 중국진출기지로 제공하려는 것인지,아니면 중국기업의 남한수출기지로 제공하려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성택·조일훈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