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에서부터 초.중등 과정에서 이뤄지는 과학교육은 '창의성' 개발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창의성은 과학기술인력이 갖춰야할 기본이다. 선진국들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과학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21세기 수학.과학교육위원회는 지난 2000년 '더 늦기 전에'(It's too late)라는 제목의 글렌 보고서를 발표, 수학과 과학교육의 개혁을 촉구했다. 영국 독일 등도 과학교육에 국가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교과과정 개편 등을 통해 창의성에 중점을 둔 과학교육 실현에 힘을 쏟아 왔다. 박정희 전대통령 때부터 '아는 교육에서 하는 교육'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그 성과는 신통치 않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실험실습시간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학교 밖에서 체험교육을 받기도 쉽지 않다. 유아교육 또한 조기.특수교육 여파로 창의성 개발을 외면하고 있다. 창의성을 살리기 위한 과학교육의 과제를 짚어본다. ◆ 과학교육을 내실화하자 =초.중등학교의 과학실험실 확보율은 83%에 머무르고 있다. 아직 실험실이 없거나 필요한 만큼의 실험실을 확보하지 못한 학교가 20% 가까이 된다. 더 큰 문제는 교육 내용이 너무 이론적이라는데 있다. 현재의 제7차 교육과정은 과학 과목의 경우 실험실습과 탐구에 중점을 두게 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중학교 과학 과목 배정시간이 종전의 주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었다. 제대로 실험시간을 갖고 교육을 받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실험교구 확보율도 87%에 달하지만 대부분 노화했거나 기초적인 도구에 불과하다는게 일선 교사들의 지적이다. 서울시내 중학교의 한 과학교사는 "실험 내용이나 방식이 예전과 거의 바뀐게 없어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며 "학생별 수준을 고려한 실험실 구조나 교과서 수준에 맞는 실험 도구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살려줄 수 있는 교육방법 개발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1만7천여명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험실습 연수를 실시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단기 연수만으로 창의적 교육방법을 습득하기가 어려운데다 과학교육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체험교육 기회를 넓혀라 =한국의 유소년들이 체험학습을 제대로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이름값을 할 수 있는 과학관은 10여개에 불과하다. 정부에서 과학관 등의 시설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과는 큰 차이가 있다. 과학체험 행사 등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필요도 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관계자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과학체험행사나 과학캠프 등은 대부분 일회성에 그쳐 학생들의 창의적인 활동을 기대하기란 힘들다"며 "내실 있는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밖 과학교육 활동에 대한 통합 지원체계 구축도 과제의 하나다. 박승재 서울대 교수는 '청소년 학교 밖 과학활동진흥방안 연구'란 보고서를 통해 "공공기관 민간단체 기업 등은 청소년 과학활동 사업을 고정 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러한 사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총체적인 기능을 담당할 중추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유아교육의 틀을 다시 짜자 =한국의 유아교육은 '창의성' 개발과는 거리가 멀다. 상급학교 과정에 대비한 '지식 습득'과 특기교육에 치중돼 있다. 그럼에도 유아교육에 대한 전문 연구나 정부의 정책개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유아교육의 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창의성에 중점을 둔 교과과정의 개발, 교사들의전문성 확보 등을 위해 유아교육의 공교육화 및 정책개발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 이제는 기업이 나서야 =일본의 소니는 수십년 전부터 초.중등학교 및 교사 지원을 위해 교육진흥재단을 설립하고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이에 비해 한국기업들은 초.중등학교에 대한 과학교육 지원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학관 건립이나 교사 연구활동 지원 등에 적극 나서는 기업은 흔치않다. LG에서 전문과학관을 건립한 것 등이 고작이다. 따라서 초.중등 기초 과학교육 지원에 기업들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게 관계자들의 주문이다. ◆ 과학교육 전담부서를 만들자 =정부에는 과학교육 전담부서가 없다. 과학교육국, 과학기술과 등으로 존재해온 전담 부서는 현 정부 들어 폐지됐다. 과학교육을 살리기 위해 정책 개발과 지원 전담 부서가 부활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별취재팀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산업기술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