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대한생명을 품에 안게됨으로써 금융.서비스그룹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됐다. 한화는 23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대한생명 인수 협상안을 승인함에 따라 대생매각주간사인 메릴린치와 함께 2주 정도의 실사작업을 벌인 뒤 본계약을 체결, 3년간 공들여 왔던 대생인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한화는 대한생명을 그룹의 간판기업으로 내세워 금융부문을 핵심으로, 유통.레저부문을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되 기존의 제조업은 불요불급한 투자를 자제하며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사업을 재편할 전망이다. 한화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벌여 7천억-8천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 대한생명 인수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시켜왔다"며 "대생인수는 사업재편을 통한 제2창업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 핵심은 금융부문 = 대한생명을 그룹의 중심에 세우고 기존의 금융 계열사들을 외곽에 포진시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정이만 한화 구조조정본부 상무는 이와 관련, "대한생명은 당분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문경영인 중심의 독립 경영체제로 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존 계열사들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증권, 투신운용, 기술금융 등 기존 계열사에 대한생명과 함께 넘겨받는신동아화재까지 합쳐 증권.보험.파이낸싱을 아우르고 장기적으로는 은행업 진출까지노리는 종합금융그룹을 도약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내년 8월이면 은행과 보험업무를 같이 할수 있는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푸르덴셜 등 외국계 생보사들의 점유율도점차 높아가고 있어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한화측의 설명이다. 또 91년에 계열분리된 제일화재를 갖고 있던 것을 제외하면 보험회사 운영 경험이 없는 한화가 삼성생명이나 교보생명 등 경쟁상대와 맞서 대생의 경쟁력을 어떻게유지해나갈 것인지도 대한생명 성패를 좌우할 관건중의 하나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대한생명의 성패여부는 인수기업인 한화의 경영능력에 달렸고 지금으로서는 점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룹의 주력을 금융.서비스 부문으로 재편할 한화가 앞으로 지게 될 부담이 만만찮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유통.레저 성장산업 육성 = 유통.레저부문도 한화가 미래 성장산업으로 꼽아금융부문과 함께 집중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 관계자는 "앞으로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유통.레저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며 "이 부문은 오래전부터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는 지난해 유통부문인 한화유통(갤러리아, 한화마트, 한화스토어)에서 1조4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1천억원의 흑자까지 냈다. 또 레저부문인 한화국토개발(콘도 체인)과 한화개발(호텔)에서 7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두 부문에서 2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한화국토개발이 한라산 기슭에 종합리조트를 건설중이고 경기도 가평에도내년 개장을 목표로 18홀짜리 골프장을 만들고 있는 등 유통.레저부문에는 앞으로도투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 제조업은 내실위주 투자 = 화약제조업체로 출발한 한화는 전통적으로 제조업중심의 사업구조를 갖고 석유화학쪽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한화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한화포리마 등이 있고 그룹의 모태인 ㈜한화도 크게는 이 부문에 포함된다. 지난해 매출 5조원으로 유통.레저부문을 크게 앞선다. 그러나 유화제품 생산공정에서 원료부문을 담당하는 한화에너지가 품에서 떠나면서 주력 사업으로서의 역량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한화는 이에 따라 사업구조를 금융.서비스 중심으로 재편하되 제조업은 외형보다는 내실 위주로 키워나간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제조업 분야에는 당분간 불요불급한 투자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장국기자 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