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19일 정경분리를 선언한 것은 정몽구회장의 동생인 정몽준의원의 대선출마와 관련, 정치문제에 휘말려 기업경영에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특히 지난 1992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대선출마 당시 선거지원 활동 등에 따른 기업경영의 어려움 가중과 신인도 하락의 쓰라린 경험을 했던 것이 이번 선언의 교훈이 됐다. 자칫 정치적인 문제에 끼어들었다가 지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외면당하거나 해외시장에서 신인도가 추락하는 등으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전철을 되풀이 할 수 없다는 것이 현대차의 판단인 것이다. 현대차는 당초 정의원이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현대가(家) 기업들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겠다는 것 등을 포함해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을 기대했었다. 현대차는 이에따라 정의원을 출마선언 내용을 본뒤 정경분리 원칙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정의원이 출마선언에서 `법을 지키고 공정한 경쟁을 하겠다'는 정도로커다란 윤곽만 밝혔을 뿐 현대가 기업들과의 관계설정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하지 않음에 따라 현대차는 자신의 입장을 스스로 밝히게 됐다. 현대차는 사실 정의원이 출마선언을 하기 전부터도 이미 대선출마 쪽으로 대세가 기울자 자신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정치권의 공세 등으로 정치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 있을 것을 우려, 극도로 몸조심을 해왔다.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대외행사는 아예 자제하고 임직원들의 `입단속'을 하는 등 정치적인 문제에 엮이지 않기 위해 최선을 기울여왔다. 특히 현대차 정회장은 지난 7월 파리에서 동생 정의원에 대해 좋게 언급한 것이언론에 보도되면서 구설수에 오른 이후에는 아예 입을 다문채 경영에만 전념하며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활동 이외의 대외활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 정회장은 또 이같은 이유로 동생 정의원을 만나는 것도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정회장이 이날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일본으로 출장을 떠난 것도 유치활동의 목적도 있겠지만 이 보다는 서울에 있을 경우 이번 추석에 정의원을 비롯한 형제들과 만나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정의원이 출마선언을 한 상황에서 추석에 정의원과의 형제간 만남이 이뤄질 경우 명절에 가족들끼리 만난다는 '순수한' 의미는 희석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주장인 정순원 부사장은 이날 발표에 앞서 "최근 국내외 투자자와 해외 딜러들로부터 회사 입장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정경분리 원칙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김현준기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