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흑백 다큐멘터리 영화다. 위험한 차도에 뛰어들어 구걸하는 인도 빈민들과 아이들,중앙차선 구별없는 뒤죽박죽인 교통체계,엄청난 바가지와 속이기 등은 어두운 흑색이다. 뉴델리 국제공항이 그중 하나다. 공항 짐꾼들은 외국인만을 골라 짐을 옮겨주겠다며 서비스 공세를 폈다. 청년으로 보이는 한 짐꾼에게 짐을 맡겼더니 팁으로 10달러를 요구했다. 그나마 '글로벌 스탠더드'가 통하는 호텔에서의 기본팁이 10루피(1달러=47루피)인 점을 감안하면 보통 바가지가 아니다. 면세점 직원들은 한술 더 떴다. 동료가 담배 몇보루를 25달러에 사기 위해 50달러를 냈는데 이게 웬일인가. 계산기 밑으로 잽싸게 50달러를 감춘 직원은 5달러를 보이며 20달러를 더 내라고 생트집을 잡았다. 그 동료는 당황스러운 나머지 얼굴을 붉히며 분명히 50달러를 냈다고 소리질렀다. 옆에서 경찰을 부르겠다고 강한 으름장을 놓으며 거들자 마지 못해 거스름돈으로 25달러를 내밀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백달러를 내면 10달러를 냈다고 우기는 등 면세점 직원들의 외국인 등쳐먹기가 비일비재하단다. 현지 주재 국내 기업인은 "인도에서 생활을 하거나 사업을 하려면 어지간한 참을성이 없어서는 안되고 거짓말과 속이기엔 차라리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속편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심지어 은행에서는 직원들이 한장 두장 슬쩍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폐뭉치에 대형 호치키스를 박는다고 했다. 반면 마하트마 간디,핵폭탄 제조,타고르를 비롯한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 등은 인도의 밝은 얼굴이다. 교육에 대한 관심 또한 대단하다. 초등학교에서 상위 학년으로 올라가려면 시험을 통과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뜨거운 교육열과 우수한 두뇌는 최근 인도가 IT(정보기술)강국으로 부상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게다가 한반도의 15배에 달하는 넓은 국토와 10억명이 넘는 인구 등은 중국과 함께 무한한 시장을 갖춘 나라로 꼽힌다. 최근엔 정부의 공공부문 투자,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어두운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도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뉴델리=김홍열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