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공무원조합 설립 및 운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오늘 입법예고한 뒤 10월께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무원 단결체의 명칭은 공무원조합으로 하고,노동권의 범위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되,단체교섭권 중 협약체결권과 파업 태업 등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외단체인 전국공무원노조는 정부안의 국회통과시 총파업을 포함한 대정부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입법과정이 순탄치는 못할 것 같다. 공무원에 대한 노동권 보장 문제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가 있었고,1996년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때 약속했던 사안이어서 정부가 서둘러 입법하려는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단계적인 추진을 위해 99년 공무원 직장협의회 제도를 도입한 만큼 노동조합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이를 잘 활용하면 그같은 취지는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본다. 때문에 우리가 누차 밝혔듯이 공무원 노조 허용이 시기상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부정적인 국민여론이 우세하다는 행자부의 자체 조사결과만 봐도 그렇다. 행자부의 입법예고 내용이 나오자마자 총파업 운운하는 공무원단체들의 움직임은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법제정 과정부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불법적인 행동마저 서슴지 않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법적으로 단체행동권이 배제된다고 하더라도 조합설립 이후 어떤 행태를 보여줄지를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국민의 공복인 공직자들이 이기주의적 집단행동을 취하게 되면 공직기강은 물론 국가행정이 어떻게 될지도 심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노조측이 요구하고 있는 협약체결권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공무원의 급여는 국가예산으로 짜여지고 최종결정은 국회와 정부가 할 수밖에 없는데 체결권을 달라는 것은 예산편성권을 노조가 갖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그런 점에서 협약체결권이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1년간 노사정협의회의 논의과정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주요 쟁점을 그대로 남겨둔 채로 입법을 추진해 더 큰 화를 불러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에 하나 대통령 공약사업이라고 해서 임기말에 쫓기듯 졸속으로 입법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만 키울 우려가 있다. 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처리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