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한 것은 수요에 부합되는 규모와 질,그리고 기반시설이 갖추어진 주택의 공급부족 현상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소득이 증가하면 주거면적이 증가하고 주택수요도 다양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공급을 뒷받침할 유연한 택지 및 기반시설 공급과 함께 주택금융의 확충이 필수적이다. 이 중에서 주택금융은 최근 민간금융회사들의 적극적 참여와 경쟁으로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소비자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은 주택의 담보가치와 대출금 상환 능력 안에서 얼마든지 대출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 대출금리가 하락하면서 상환부담이 줄어들었고,이것이 주택구입수요의 확대와 주택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주택금융의 규모가 확대되고 주택시장 조절기능이 제고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시장구조의 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사실은 경계해야 한다. 최근의 주택대출은 시장금리에 연동된 만기 3년 이하의 단기 일시상환 대출이 대부분인데,이러한 대출은 금리가 급등하거나 만기에 연장이 안되거나 집값이 하락하면 차입자와 대출회사 모두에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본래 주택금융은 장기대출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장기대출자금의 조달이 필수적이며,이를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장기투자자금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1999년에 '주택저당채권유동화회사법'을 제정한 것도 이러한 의도에서였다. 즉 금융회사가 장기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장기채권시장의 발달을 촉진하고,주택대출과 자금조달을 분리시켜 금융회사의 대출금리를 낮추고 리스크관리를 개선하는 것 등이 주요 목적이었다. 사실 미국 등 선진국의 주택금융이 잘 발달된 것은 주택대출유동화(MBS)시장에 기인하는 바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이 형성된 지 불과 2년 반 정도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성과를 평가하기 이르지만 비교적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그러나 민간금융회사가 유동화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는데다 제도적인 제약 등으로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민간주택금융을 주도하고 있는 은행은 유동성이 풍부해 유동화를 통한 자금조달 필요성이 적고,BIS비율이나 유동성비율 제고를 위해 주택대출을 매각해야 할 압박 요인도 별로 없다. 또한 대부분의 주택대출이 시장금리에 연동된 단기 일시상환인 관계로 장기자금의 조달 필요성도 낮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은행들은 주택대출 유동화에 소극적인 것이 최근 실정이다. 그러나 금융시장 여건은 변화하게 마련이다. 변동금리부 단기 일시상환 주택대출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경우 금융회사나 차입자는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고정금리부 장기 분할상환 주택대출을 선호할 것이다. 또한 금융회사는 장기 주택대출에 따른 자금부담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유동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중산·서민층의 평생 소원인 내집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장기 주택대출과 이를 뒷받침할 MBS시장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선진국처럼 MBS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시장참가자의 창의적인 시장개발과 관계당국의 지속적인 제도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관계당국은 MBS시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관련법규 정비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미국과 홍콩의 경우처럼 유동화회사에 주택대출의 매입·보유업무를 허용하는 법률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밖에도 유동화회사의 지급보증한도 규제방식 및 채무자에 대한 채권양도 통지방식 등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적지 않다. 법률과 제도를 고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으나,국민 주거복지 증진이라는 차원에서 관계당국과 업계가 전향적인 자세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kyungkim@ccs.sogang.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