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역사적인 북·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양국 정상의 만남 자체가 초유의 일인데다 한반도 주변 정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그 결과에 초미의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스스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회담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국의 동북아 전략과 정세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회담에서는 일본인 납치문제를 비롯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등이 광범위하게 거론될 전망이지만 역시 양국 국교정상화가 가장 본질적이고도 핵심적인 의제라 할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과거청산과 배상문제가 주된 관심사이겠지만 주변 강국들로서는 각국의 입장에 따라 관심분야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시기의 미묘함도 관심의 영역을 달리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목전에 두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특히 이번 회담을 예의주시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장차 북·미간에 더욱 큰 갈등을 초래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바로 그런 면에서 북한이 종전과는 다른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절실하고 이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때마침 남북간에는 화해의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남북간에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실무자 회의가 열려 가시적인 합의를 이끌어냈고 이에 앞선 14일엔 양측 군사회담이 열려 휴전 이후 처음으로 남북 군이 직통전화를 가설키로 합의하기도 했다. 남북간에 화해무드가 어느때보다 높아진 만큼 북·일 회담에서도 국교정상화 추진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북한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새롭게 전개될 한반도 주변정세에 미리부터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반도 문제 논의 구조가 미국과 중국,한국과 북한의 4자 구도에서 일본과 러시아를 포함한 6자 구도 등으로 재편될 것인지,일본과의 경제협력 등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북한이 대남 유화 입장을 유지할 것인지가 모두 관심의 대상이다. 북한이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는 것은 백번 환영할 일이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는 자칫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급변해갈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경우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비책이 미리부터 확보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