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일본 연구원들에게 스스럼 없이 야단칠 정도로 벽이 없어졌습니다." SNMD를 이끌고 있는 이영재 대표(57)는 "처음 일본의 사가미하라(相模原)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는 한국인 사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한 수 아래라고 여기며 한국기업을 냉대하는 분위기와 일본 특유의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문화까지 겹쳐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다. "제품 개발보다는 NEC와 삼성의 문화를 융합하는 게 급선무였죠." 일본어에 능통한 이 대표는 수시로 일본의 연구소를 찾아 대화를 가지며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SNMD는 이사회 뿐만 아니라 수시로 열리는 기술회의에서도 동시통역을 실시하고 발언내용을 녹음합니다.일본 특유의 완벽주의와 조심성 때문입니다." NEC가 오너십을 양보한 것은 삼성SDI와의 오랜 협력관계속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지금은 오히려 NEC 입장을 살려줘야 한다는 게 사내 분위기입니다.30년 가까이 기술지도를 받아온 SDI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드는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