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를 중심으로 전국 1백53개 부동산 중개업소 '때려잡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의 메카인 이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일제히 문을 닫게 되자 엉뚱하게도 불똥은 집을 급히 팔거나 구해야 할 실수요자들에게 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4단지에 사는 민병수씨(30)는 "오는 11월 재건축을 앞두고 최근 이틀 동안 집을 구하러 상사의 양해를 구해 일찍 퇴근했지만 이사가려 하는 곳 인근 중개업소들이 전부 문을 닫아 헛탕만 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하루 휴가를 내서라도 내 집 찾기에 나서야 겠다"고 하소연했다. 강남 대치동 원룸에 입주해 사는 최모씨(35·여)도 개인 사정으로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이사하겠다고 최근 집주인에게 통보했지만 후회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씨는 "집주인이 늦어도 다음달 중 방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는데 의뢰한 부동산 중개업소들로부터 대답은커녕 연락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중개인 없이 거래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아무쪼록 세무조사 여파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세무조사는 투기심리 억제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일부 대형 중개업소들이 본분을 벗어나 중개과정에서 집값 폭등을 부추기고 세금탈루를 위한 이중계약관행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일정 정도 규제와 지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특별대책을 지켜보면서 정부가 시장질서를 잡기 위한 고민을 했다기보다는 최근 잇단 고강도 정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집값이 잡히지 않자 결국 정책실패의 책임을 시장 참여자에게 돌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일째 사무실을 비우고 있는 공인중개사 황모씨는 "지난 4월부터 정부가 툭하면 세무조사에 나서 그때마다 번번이 문을 닫느라고 제대로 영업조차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 중개업을 그만두고 전업을 해야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부가 과연 이번 세무조사를 벌이면서 기대효과를 달성하는 것 못지 않게 시장간섭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진지하게 사전검토를 해봤는지 묻고 싶다. 임상택 사회부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