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고등학생들의 이공계대학 지원이 급격히 줄어 위기론이 부각되며 '이공계대학을 살리자'는 다양한 정책과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우수한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심각한 문제인 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수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거론되는 정책들은 장학금 및 병역특례 확대 등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장학금보다 '미래에 대한 확신'과 '직업에 대한 긍지'가 더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IMF 외환위기로 기업과 연구소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 50대 과학기술인력에서 가장 많은 실직자가 발생했다. 고도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가진 중견 과학기술자들의 '전직'은 우리의 시장여건으로 볼 때 극히 제한적인 바 이들의 축적된 지식과 능력은 퇴출과 동시에 그대로 사장되며 사기는 크게 저하됐다. 뿐만 아니라 이공계 출신들은 대부분 공장이나 현장 등 지방근무가 많으며,근무처 등 직장여건도 대도시의 은행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것이 이공계 기피현상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은 수학 물리 화학 등 이공계 학습의 난이도에 비해 보수가 열악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신입사원들의 월급 수준을 보면,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의 연봉이 제조업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연봉의 격차도 매년 확대되어 이공계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제조업이나 연구소에 취업해 받는 경제적 보상이 고생한 것에 비해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의대나 법대에 갈 수 있음에도 이공계대에 들어가 애써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의사나 변호사에 비해 직업의 수명은 물론 봉급면에서 큰 차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격차가 해마다 벌어져 우수 과학기술인력 확보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문제가 됐다. 미국경제가 어려웠던 1980년대 많은 우수학생들은 의대나 법대를 선호했다. 이에 하버드대 총장은 '의학이나 법학은 미국 내부의 조화 및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지만 미국의 국제경쟁력,특히 산업경쟁력에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며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투자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다행히 미국은 우수인력난 문제를 전 세계에서 몰려 오는 해외유학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들의 경우 중국과 인도사람이 종업원의 반 이상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의 우수인력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생활하기 곤란한 사회·문화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존자원이 열악한 우리나라는 우수한 과학기술인재들을 양성해 제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수한 과학기술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 공학교육의 개선이 요구된다. 창의성과 독창성을 키우려면 대형 강의보다 소규모 토론식 강의 및 설계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교육여건은 주입식 대형 강의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어 충분한 실험실습과 현장 체험이 어렵게 되어 있다. 따라서 대학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가 확대돼야 하며,첨단 교육기자재 도입과 강의실 및 실험실습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한편 대학들도 사회의 새로운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과정 개발과 교육방법의 개혁이 요청된다. 최근 우리나라는 대학원 교육 및 연구 분야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정부의 BK 21 등 획기적인 대학원 지원 정책에 힘입어 교수들의 논문,특히 SCI 등 해외논문 면에서는 선진국의 유명 대학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그동안의 사례로 볼 때 정부가 집중적인 투자를 하면 그에 상응하는 성과가 나온다. 따라서 정부가 교육에 집중 투자한다면 공학교육의 개선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공계의 우수인력 양성을 위해 장학금 및 병역특례 확대 등 단기적인 처방도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공계 출신자들에 대한 처우개선 및 우수 이공계학생들의 효율적 교육을 위한 집중 투자와 대학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mk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