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종합상사들이 한때 '노다지'로 인식했던 해외자원 개발에 신중을 기하며 몸을 사리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90년대 초반부터 종합상사 사이에 불기 시작한 해외자원 개발붐이 외환위기를 전후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으며 대신 기존 투자지분을 정리하거나 사업을 이어가는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90년대 초반부터 해외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삼성물산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신규로 투자한 해외자원 개발 프로젝트는 2000년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사업 1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 중국 내륙의 석유탐사나 비금속 광물 개발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의욕은 예전에 비해 많이 저하된 상태"라고 말했다. 80년대 초반부터 해외자원 개발에 열을 올렸던 현대상사도 최근 다소 움츠러든 상황이다. 모그룹의 해체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재무안정성이 중시되자 위험부담이 큰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쉽게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사는 대신 예멘 LNG, 베트남 석유, 말리 금광, 호주 유연탄 등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을 이어가되 신규사업으로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놓고 조심스럽게 저울질하고 있는 상태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2000년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미얀마 해상원유 개발사업에 단독 진출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신규사업 진출에 그다지 큰 의욕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밖에 LG상사는 99년 카타르 LNG, 2000년 러시아 석유천연가스(PNG) 개발사업에 지분투자를 했지만 금액이 비교적 적은 것이었고 SK글로벌의 경우 플랜트본부에서 담당하던 해외자원 개발 업무를 외환위기 이후에 아예 없애버렸다. 이처럼 종합상사들이 해외자원 개발에 몸을 사리는 것은 성공할 경우 고수익을 안겨주지만 그만큼 위험성이 높은데다 자본 회수기간도 길어 외환위기 이후 업체의 재무안정성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상사들 사이에 1년에도 서너건씩 해외자원 개발투자가 성사되기도 했지만 작년 이후 지금껏 한건도 발표된 사례가 없을 만큼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면서 "기존사업을 계속하되 신규사업은 되도록 유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