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주5일 근무제'도입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확정,입법예고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는데,이 법안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무시되고 정치적 측면만 부각될 것이 염려된다. 우선 우리나라의 주당 근로시간이 중소기업의 경우 70시간,대기업 중 장치산업의 경우 60시간을 초과해 실 근로시간이 과소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시간당 임금률'이라는 개념이 없다. 때문에 총인건비를 근로시간으로 나누어 포괄역산(包括逆算)하는 방식으로 시간당 임금률을 산정하고 있다. 단순화를 위해 어느 근로자의 주당 임금이 31만원이고 근로시간이 56시간이라면,시간당 임금률은 5천원이다. 즉 5천원에 법정근로시간 44시간을 곱하고 나머지 12시간에는 할증료 50%가 붙어 시간당 7천5백원이 되어 주당 임금이 31만원이 된다. 실 근로시간이 56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들 경우 시간당 임금률은 7천7백50원(31만원/40)이 되어 종전보다 55%나 인상된다. 법정 근로시간의 단축은 실 근로시간이 긴 사업체에 주는 영향이 크다. 24시간 풀 가동해야 하는 장치산업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 업종의 경우 임금인상이 과다할 경우 두 가지 선택에 직면한다. 3조3교대를 4조3교대 제도로 바꾸는 경우가 그 하나다. 이 경우 주당 근로시간이 줄어들고,결국 근로자의 임금은 감소하게 된다. 또 다른 선택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법이다. 정부는 '대부분 국민이 주5일 근무제를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필자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노동법 개정에 의한 근로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비율이 3분의 2에 달한다. 특히 언론인들의 반대는 87%에 달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표본의 대부분인 조사는 표본추출에 문제가 있다. 앞으로 대기업들이 교대제도를 지금까지의 3조체제에서 4조체제로 바꿀 경우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정부는 현재 국내의 외국인력 33만명 중 불법체류자 25만명을 내년 3월까지 본국에 송출하고,새로운 연수제도를 통해 1년 연수한 뒤 2년 동안 일할 수 있는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 만일 계획대로 시행할 경우 '인력 대란'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외국인들이 주로 일하는 3D 업종은 국내 근로자가 일하기를 꺼려 국내·외국 인력간 관계는 보완관계가 아닌 대체관계다. 정부는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력의 문호를 대폭 늘리는 한편 장기체류를 인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월드컵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적을 불문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이 대학에서 배출하는 신규 인력에 만족하지 못해 경력자 채용을 선호한다면,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측면에서 3D 직종 뿐만 아니라 사무직 전문직의 외국인력 수입문호도 과감히 개방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각 직장의 종업원들에게는 주5일 근무제가 '축복'일 수 있으나,노동시장 신규 진입자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 없게 될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근로의욕의 저하가 초래하는 문제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전체근로자의 절반을 넘는 취업구조의 열악화를 개선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만일 이를 소홀히 하면 기업경영의 외부여건이 악화됐을 때 우리 기업은 물론 외국기업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되고,나아가 고용문제 및 외국자본의 한국이탈 등에 직면할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2∼3배에 달하는 대만 싱가포르에 비해 근로자 임금수준은 낮지 않고,인상률은 오히려 높은 한국을 좋은 투자 대상국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초래한 요인의 하나가 고비용 저효율구조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근로시간의 단축은 그 시행 방법에 따라 매우 다양해 개별기업의 단체교섭 때 노사간 대립이 첨예화될 소지가 크다. 국회는 주5일 근무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여러 요인을 염두에 두고 법정근로시간의 입법을 결정하는 혜안이 요구된다. jwk569@hanmail.net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