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광고에 가을 바람이 불고 있다. 해변을 배경으로 한 여름 광고가 물러난 자리에 어느새 커피빛 가을 광고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때마다 특색있는 광고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가을은 특히 분위기 있는 영상을 담아내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영화처럼 아름다운 영상을 잡으려는 광고대행사들의 머리싸움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BC카드의 광고 모델인 탤런트 김정은.최근 선보인 TV광고 "가을엔-BC"편에서 그녀는 우아한 "요조숙녀"로 변신했다. 수영복에 오리발을 신고 해변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말괄량이"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다. 봄편,월드컵편,여름편에서 들렸던 "비씨로 사세요"라는 경쾌한 목소리도 이번엔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줄리 런던의 "I left my heart Sanfrancisco"만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음악에 이끌려 레코드 가게로 들어선 김정은.헤드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클로즈업되고 "BC로 사세요"란 자막으로 광고는 끝난다. 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즈의 조형준 부장은 "스토리가 이어지는 두 편의 광고엔 배경음악을 제외한 모든 사운드를 배제시켰다"며 "인조 낙엽과 바람으로 가을 냄새를 물씬 풍기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가을을 타는 것으로 보면 화장품 광고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는 LG생활건강의 라끄베르가 가을풍 립스틱 "루시드 브라운" 광고를 먼저 내보내기 시작했다. 모델은 가을 여인으로 분위기를 바꾼 탤런트 김남주.광고에서 그녀는 뉴욕의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쇼룸을 가을을 주제로 디스플레이한다. 소품으로 사용된 낙엽과 수십개의 전구가 어우러지면서 가을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제작진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3층 높이의 구조물에서 낙엽을 흩뿌렸고 실제 단풍나무도 동원했다. 배경음악인 샹송 가수 에띠뜨피아프의 빠담빠담(Padam Padam)은 가을 분위기를 더욱 살려냈다. 한편 태평양의 라네즈도 다음달부터 여름 광고를 접고 가을 색조화장품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 가을 혼수시즌을 앞두고 새로 선보인 하이마트의 "처제의 남자"편에서도 가을 냄새가 묻어난다. 한강 둔치에서 에어컨을 살까말까 실랑이를 벌이던 탤런트 유준상과 김현수는 이번엔 처제와 그녀의 남자와 함께 광고에 등장한다. 배경은 신혼 살림집으로 설정된 전원주택.낙엽이 흩날리는 정원으로 처제의 남자가 "결혼해 달라 노랠 불렀죠"란 가사를 "베사메무쵸" 멜로디에 맞춰 부르며 등장한다. 30도가 넘는 날씨 속에서 지난달 촬영된 광고는 각자의 파트너를 업고 하이마트로 달려가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