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쌍용의 무역금융 조작사건은 서류 위.변조에 의한 부당 금융지원이 14년동안이나 계속돼 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가짜로 꾸민 수출신용장(L/C)에 6개 은행들이 1천1백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해당 기업은 물론 금융권 전체에 적지 않은 충격파가 뒤따를 전망이다. 가뜩이나 부실한 재무구조로 인해 구조조정촉진법을 적용받고 있는 (주)쌍용은 금융권에 지고 있는 기존 부채 5천3백억원에다 이번 사건으로 안게 된 1천1백37억원을 포함,6천5백억원 가량의 빚을 안게 됐다.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6개 은행은 (주)쌍용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될 가능성을 감안,일단 6백억원 가량을 추가로 출자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지난 2월 (주)쌍용에 2천1백억원을 출자전환,이 회사의 실질적인 대주주가 된 상황이다. 이번 사고로 (주)쌍용은 물론 쌍용그룹 전체가 추가 부실의 회오리에 빠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조흥은행측은 그러나 쌍용자동차는 (주)쌍용과 상호출자나 지급보증이 한 푼도 없으며,쌍용양회가 2천억원의 채무보증을 선 상태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쌍용은 자회사인 진방철강 매각 대금 5백50억원 인천 물류센터 매각대금 3백50억원 보유 현금 1백억원을 동원하는 외에 미수금 1백10억원 가량을 조기 회수해 부채를 줄이는데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계획이 실행되더라도 회사의 대외신인도 악화 문제 등이 겹쳐 적지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규모로 볼 때 이번 사건으로 인한 은행권 전체의 피해가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게 금감원측 설명이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 등 금융권의 고민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이번 사고로 금융 영업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은행들 자신도 대내외적인 신인도 추락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조흥은행은 쌍용그룹의 주채권은행을 맡으면서 1997년 말 외환위기의 충격을 딛고 쌍용을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시긴 것으로 자부해왔다. 이번 사고로 그같은 "구조조정 성공사례"가 재점검되지 않을 수 없게 됐고,나아가 은행들이 진행중인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전반적인 재검사 대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금감원측은 이번 사고를 정밀 검사,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자를 면직하는 등 엄중 문책하고 상황에 따라 은행장 등에 대해서도 "상응한 조치"을 취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금감원은 이번과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외환거래 이상 징후를 조기 식별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 검사부 등에 대한 상시감시 기능을 보완토록 지도하고 자체감사 기능을 강화토록 하는 등의 방지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허원순.김미리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