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쿄 오모테산도의 직영매장 오픈식 참석차 일본에 온 프랑스 루이비통의 마르첼로 보트리 사장은 당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함박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개점시간인 오전 10시 훨씬 전부터 점포 앞에서 고객들이 장사진을 친데다 매장은 종일 북새통을 이뤘기 때문이다. 마치 전투라도 하듯 앞다퉈 물건을 산 고객들은 이날 하루 1억2천5백여만엔(약 12억5천만원)의 매출을 루이비통에 안겨 줬다. 샐러리맨 가정 4인가족의 월평균 생활비가 31만엔 남짓한 점을 감안한다면 줄잡아 4백가구,1천6백여명이 한달간 먹고 살 돈이 루이비통 매장에 뿌려진 것이다. "역시 일본 소비자들은 명품에 대한 애착이 대단합니다." 보트리 사장은 루이비통의 쇼핑백을 들고 매장을 나가는 고객들을 바라보며 자신과 프랑스 본사의 판단이 옳았음을 확인했다. 패션과 젊음의 거리로 일본 여성들에게 인기 높은 오모테산도 거리에 문을 연 루이비통 매장은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다. 아무리 명품 브랜드로 콧대가 센 루이비통이라 할지라도,세계 최고 수준의 땅값과 대규모 투자에 따른 위험을 감안하면 도쿄에 성큼 대형매장을 낸다는 것은 도박이었다. 그러나 루이비통은 보기 좋게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일본 젊은이와 여성들이 고가 외국브랜드에 열광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의 '펑펑족'들이 없었다면 서구 명품 브랜드업체들이 지금처럼 고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일본 매스컴들은 예외없이 지적하고 있다. 일본발 대지진이 언제 세계 경제를 뒤흔들지 국제금융계가 긴장하지만,브랜드 열풍은 일본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해 놓고 있다. 하지만 서구 명품 브랜드업체들이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한켠에서 3,4일 일본 증시의 시계바늘은 19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폭락사태를 연출했다. '잠재적 대지진'과 '지구상 최고의 황금시장'이 병존하는 일본. 21세기 일본이 갖고 있는 현재의 두 얼굴은 일본을 맹추격해온 한국이 보다 건강한 국가로 바로 설 수 있도록 흘려버려서는 안될 또 하나의 역 벤치마킹 교재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