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그저께까지 한단(두 포기)에 2천5백원 하던 배추값이 한 포기에 8천원까지 뛰었어요. 장보기가 정말 무서워요" 4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가락시장 한 노점 야채상회 앞.주부 이영자씨(50.가양동)는 10여분 가량 상인과 실랑이를 벌이더니 머리를 절래 절래 흔들며 빈 손으로 나왔다. 이씨는 한 푼이라도 싸게 파는 곳을 찾기 위해 1시간이나 시장을 누볐다. 결국 1만1천원을 내고 장바구니를 채운 것은 달랑 사과 10개(4천원) 고추1kg(3천원) 마늘1kg(4천원)뿐이었다. 태풍 "루사"의 후유증으로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농수산물의 유통경로를 산지에서부터 주부 장바구니까지를 따라 입체 취재했다. [ 산지에선... ] "올해 워낙 작황이 부진했던데다 태풍으로 반출할 수 있는 유통망까지 끊겼으니 소비자보다 더 답답한 건 농민들이죠." 삼척 농협의 하장지사 관계자는 태풍 피해로 타격을 받은 농민들의 심정을 이렇게 대변했다. 그는 "배추의 경우 보름전에 비해 도매가가 한 포기당 두 배 오른 최고 2천원까지 올랐됐다"며 "최종 소비자가는 이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 주산지인 상주의 외서농협 판매 담당자는 "태풍 피해로 인한 낙과피해로 과실류 공급 물량이 크게 모자란다"며 "사과 주산지인 청송 상주 영천 등의 피해면적이 너무 커 추석을 앞두고 사과 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 수송 길... ] "매년 이맘때면 강원도에서 하루에 5톤 트럭 4백여대가 고랭지 배추를 실어날랐어요. 그러나 태풍이 도로 곳곳을 끊어놓는 바람에 현재 1백가 놀고 있는 형편입니다" 전국 농산물 수집상들의 연합인 산지유통인중앙연합회 이광형 실장의 말이다. 가뜩이나 수해지역의 농산물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그나마 쓸만한 상품을 찾아내도 이를실어나를 트럭이 모자라 제때 수송이 힘든 상황이다. 농산물수송전문업체 대흥유통의 이왕섭 총무는 "하주로부터 주문을 받고 배추를 싣기 위해현지로 내려가도 물량 확보가 안돼 2~3일가량 빈차 상태로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시장에선... ] "물건이 들어와야 팔죠.추석까지 이렇게 물건이 안 들어오다간 '제수용품 구하기 전쟁'이라도 벌어지겠네요" 서울시 가락시장에서 야채상회를 하고 있는 조광덕씨(36.거여동)는 어제와 오늘 장보러 온 주부들을 그냥 돌려보내 속이 상했다. 호박 무 배추 등이 태풍전보다 절반수준으로 물량이 줄으며 소매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 취나물 등 일부 나물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조씨는 "강원도 영동 지역에서 물난리가 나면서 한창 출하돼야 할 대관령과 평창지역으로부터의 배추 무 등은 거의 공급되지 않아 추석쯤엔 농산물 파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상회를 경영하는 장재화씨(55.문정동)는 "이번 태풍으로 영동 추풍령 등이 타격을 입으며 사과 배 포도 등의 과일의 공급량이 평소 절반이상으로 감소했다"며 "가격이 적당히 비싸져야 상인들도 이익을 볼 수 있는데 가격이 너무 뛰어올라 손님이 뚝 끊겼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