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0시께.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자립형사립고 및 외국인학교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자치지원국과 올초부터 교육부문의 부동산 대책을 맡고 있는 학교정책실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2시 재정경제부 차관 주재로 열릴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발표될 짧은 문구 때문이었다. 교육자치지원국이 학교정책실로부터 넘겨받은 회의자료 '원문'에는 강남 땅값 상승을 막기 위해 '수도권 지역에 자립형사립고 및 외국인학교 '설립 확대'를 지원한다'는 말이 실려 있었다.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과정을 학교 자율로 운영할 수 있는 '자립형사립고'나 국내에서도 조기유학 효과를 볼 수 있는 '외국인학교'는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 당연히 충분한 부처간 협의를 거쳐 결정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회의자료를 읽어 본 교육자치지원국 실무 과장은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냐"며 소리를 질렀다. 자립형사립고는 지난 3월부터 시범운영 중으로 더 설립할지 말지는 2005년에나 가서 결정할 사항이고 외국인학교는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위한 것인데 땅값하고 무슨 관계가 있냐는 것. 그는 "도대체 실무자도 모르는 사안이 어떻게 차관회의 자료에 올라 있느냐"고 항의했다. 교육자치지원국의 강경한 반응에 학교정책실은 "자립형사립고나 외국인학교 관련 사항은 우리와 상관없이 경제부처가 마음대로 집어넣은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그러나 "몇차례 회의를 거쳐 자료를 만드는데 우리 마음대로 집어넣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이날 벌어진 해프닝이 부처 내부에서조차 의견 조율을 못하는 교육부의 미숙함 탓인지,아니면 땅값 상승에 대한 근본 대책보다 교육 문제만 끌어다붙이는 재경부의 오만함이 빚어낸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낮 12시께 기자들에게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외국인학교는 '설립 확대'가 아닌 '적극 유치'로,자립형사립고는 '시범운영후 확대 추진'으로 바뀌어 있었다. 반나절 만에 이뤄진 최종 합의.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이방실 사회부 기자 smile@hankyung.com